언론재벌 머독-상원의원 힐러리, 적에서 동지로

  • 입력 2005년 8월 1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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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계와 언론계에서 최대 적수로 통했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과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이 최근 ‘밀월’을 구가하고 있다. 2000년 힐러리 상원의원 당선 이후 “실력 없는 야망가”라고 비난하기 바빴던 머독 회장은 요즘 “미국 자유의 수호자” “상원에서 가장 부지런한 정치인” 등 온갖 수사를 동원해 가며 힐러리 의원 치켜세우기에 여념이 없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내내 ‘힐러리 여사의 야망이 남편을 넘어선다’면서 비난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던 머독 회장은 그가 뉴욕 주 상원의원에 당선된 이후에도 뉴스코프 계열 일간지 뉴욕포스트를 통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 왔다. 화가 난 힐러리 의원은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를 일절 사절했을 정도. 그러던 뉴욕포스트가 최근 돌변했다.

내년 뉴욕 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힐러리 의원의 경쟁자로 나설 예정인 지닌 피로 뉴욕 주 지방검사를 깎아내리는 기사를 게재하는가 하면 미군의 이라크 주둔 연장, 인터넷 게임 등급화 등 힐러리 의원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지지 사설을 잇달아 내보내고 있다.

힐러리 의원도 뒤질세라 머독 회장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그는 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을 설득해 다음 달 열리는 세계 빈곤퇴치 포럼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언론인으로는 유일하게 머독 회장을 초대했다.

보수파 언론을 이끄는 머독 회장이 진보적 성향의 힐러리 의원에게 접근하는 이유는 시청률조사기관 닐슨 미디어와의 대립 때문. 머독 회장은 최근 닐슨이 개발한 새로운 시청률 조사방식이 폭스TV의 시청률을 낮게 산정한다면서 닐슨을 정부 감독하에 두는 법안을 제정하도록 의원들에게 로비를 펼치고 있다. 흑인과 히스패닉계 시청자가 많은 폭스TV로서는 힐러리 의원과 같은 영향력 있는 민주당 의원과의 협력이 필수다.

영국에서도 왕성한 미디어사업을 벌이고 있는 머독 회장은 과거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열렬한 지지자였으나 노동당 출신 토니 블레어 총리의 인기가 높아지자 블레어 총리 지지자로 돌아선 바 있다.

민주당 선거전략가 제임스 카빌 씨는 “머독 회장은 지극히 현실주의적인 언론인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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