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용 면세유 줄줄 샌다…기름받아 빼돌려

  • 입력 2005년 8월 1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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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어민들의 생계 보조를 위해 지급되고 있는 어업용 면세유의 불법 유출이 갈수록 늘고 있다.

전에도 어민들이 면세유를 개인적으로 유용하거나 판매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면세유 담당자까지 가세해 조직적으로 면세유를 유출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면세유 불법 유출 적발 4년 새 100배로=16일 해양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어민 지원용 및 해양선박 관련 면세유 불법 유출 적발 건수는 2000년 29건, 2001년 25건, 2002년 35건에 불과했으나 2003년 475건, 지난해에는 3117건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2000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적발 건수 3722건 중 면세유 공급을 담당하는 수산업협동조합 직원에 의한 불법 유출 건수가 1018건으로 전체의 30%에 이르러 ‘도덕적 해이’ 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어민들에게 공급되고 있는 면세유류는 휘발유와 경유, 중유 등 크게 3종류.

이 중 휘발유의 경우 8월 1일 현재 면세가격은 1드럼(200L)에 9만8280원이지만 시중가격은 28만9200원으로 차액이 19만900여 원에 이른다. 경유 역시 차액이 10만 원이 넘는다.

이는 1998년 1월 1일 기준으로 면세 휘발유 가격과 시중가격의 차이가 12만1591원인 것과 비교해 약 57%나 상승한 수치다.

충남 서천군의 어민 김모(48) 씨는 “최근 몇 년 새 면세유 장사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어민들이 면세 휘발유 한 드럼을 16만 원에 팔면 중간모집책은 18만 원, 총모집책은 21만∼22만 원에 시중 주유소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입출항 관리 소홀이 원인=면세유 부정 유출이 가능한 것은 입출항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협은 어민들이 입항과 출항을 해경에 신고하고 받은 입출항 신고서를 통해 조업시간을 계산하고 여기에 선박의 마력을 반영해 면세유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어민 조모(51) 씨는 “해경이 하루 종일 항구에서 기다리지 않는 한 어민 수백 명의 입출항을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일부 어민은 출항 10분 만에 입항하고도 10시간 동안 조업한 것처럼 속여 면세유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해경 관계자는 “위성추적장치 등으로 항로를 확인하지 않는 한 모든 어민들의 입출항을 감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면세 주유소의 위탁경영 등 면세유에 대한 허술한 관리도 문제다.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는 면세유 부정 유출을 막기 위해 조합이 면세 주유소를 직영하도록 하고 있으나 최근 서천군 수협 전 조합장이 W업체에 면세 주유소 위탁경영권을 넘겨 주는 등 편의를 봐 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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