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풀린 34만명… 면허시험장 우르르

  • 입력 2005년 8월 17일 03시 06분


코멘트
“언제 내 차례 오나”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운전면허 시험 응시가 가능해진 사람들이 몰리면서 16일 서울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는 시험을 보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이날 대기번호가 5000번을 넘어섰다. 신원건 기자
“언제 내 차례 오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운전면허 시험 응시가 가능해진 사람들이 몰리면서 16일 서울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는 시험을 보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이날 대기번호가 5000번을 넘어섰다. 신원건 기자
16일 오후 서울 강남운전면허시험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면허시험장이 문을 열기 2시간인 전인 오전 7시부터 사람들이 몰리더니 오후 2시경엔 2000여 명이 민원실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대부분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운전면허 취득 제한기간이 해제된 사람들.

보험설계사인 박모(41) 씨는 “2002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뒤 2003년에 면허 없이 운전을 하다 다시 적발됐다”며 “영업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속이 탔는데 사면 소식을 듣고 곧바로 면허시험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면허시험장은 오후 7시까지 민원실에서 기다렸다가 번호표를 받은 모든 대기자의 응시 서류를 접수했다. 이 때문에 이날 면허시험장 업무는 오후 9시 반경에 끝났다.

일부 사면 대상자들은 면허시험장까지 차를 몰고 왔다가 경찰에 무면허로 단속되기도 했다.

▽운전면허 응시생 ‘폭주’=이날 오후 4시 현재 전국 26곳 운전면허시험장에 응시서류를 낸 사람은 모두 2만6972명. 지난주 월요일인 8일 같은 시간보다 75% 늘었다.

대기번호표를 받고 서류 제출을 기다린 9900여 명을 포함하면 평소보다 민원인이 배 이상 늘었다는 것이 운전면허시험관리단 측의 설명.

500여 곳의 운전면허 전문학원에도 같은 시간 평균 815명이 새로 등록해 평소보다 2배 늘었다.

광복절 사면으로 운전면허 취득 제한기간과 상관없이 곧바로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34만314명.

경찰은 2002년 7월 10일 특별사면을 통해 48만여 명이 운전면허시험에 응시했을 당시 7월에는 약 2주, 8월엔 23일간 대기했던 점으로 미뤄 이번에도 2, 3주 대기해야 시험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찰청 관계자는 “평소 특별사면 후 첫째 달은 학과시험을 많이 보기 때문에 적체현상이 덜하지만 장내기능 및 도로주행시험을 보게 되는 다음 달부터는 대기기간이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운전면허시험관리단은 평일 시험시간을 오후 6시에서 오후 7시로 1시간 연장하고 시험장별로 월 1회 실시하던 주말 특별시험을 2회로 늘리기로 했다. 특별시험 일정은 시험장별로 달라 주말을 이용해 여러 곳에서 운전면허시험을 볼 수 있다.

▽불법교습 단속 ‘비상’=특별사면 이후 경찰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운전면허학원이나 개인의 불법교습.

응시생이 신청한 면허와 동종 면허를 취득한 지 2년 이상 된 사람은 누구나 운전교습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돈을 받으면 불법이다.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실시하는 도로주행과 같은 코스로 주행연습을 시키는 것도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면허시험장 주변에는 같은 코스로 연습할 수 있다며 선전하고 다니는 호객꾼이 적지 않다.

장내기능이나 도로주행의 연습시간은 하루 3시간으로 제한돼 있다. 속성교육을 강조한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

경찰은 올 상반기 불법교습 402건을 적발했으며 10월까지 특별단속에 나선다.

▽범칙금은 반드시 내야=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사면 대상자의 범위를 안내했지만 여전히 경찰의 교통과나 민원실에는 문의전화가 폭주했다.

운전면허시험 응시 제한 기간이 2년 이하인 경우엔 대부분 사면대상자다. 다만 △1998년 2월 25일 이후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 적발된 경우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가 난 경우 △음주 측정에 불응한 경우 △단속 경찰관을 폭행한 경우는 제외된다.

광복절 사면의 가장 큰 특징은 행정처분만을 면제한다는 점. 교통법규를 위반해 범칙금이 부과됐거나 음주운전이나 무면허로 벌금이 나왔다면 반드시 내야 한다.

범칙금을 내지 않으면 사면과 별도로 40일간의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 되며 벌금 미납 시는 수배대상이 된다.

운전면허시험관리단 홈페이지(www.dla.go.kr)에 접속해 회원 등록을 하면 사면대상 여부를 바로 알 수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