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지상파-통신 텃밭 위협

  • 입력 2005년 8월 1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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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주부 정모(39) 씨의 아침. 초등학생 아이들을 학원에 보낸 뒤 케이블TV 드라마 채널에서 어젯밤 놓친 지상파TV의 연속극을 본 정 씨는 케이블이 제공하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로 뉴스와 교육 정보를 검색한 뒤 케이블 폰을 이용해 아파트 단지 내 이웃과 수다를 떤다. 정 씨는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에 맞춰 쌍방향 문자서비스로 피자를 주문한다. 불과 몇 개월 후면 케이블TV 셋톱박스 하나로 TV 시청, 인터넷, 전화, 디지털방송 등이 한꺼번에 가능한 시대가 본격화된다.》

1995년 10만 가입자로 출발했던 케이블 업계가 지상파TV와 통신업체를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케이블 업계가 내건 기치는 TV, 인터넷, 전화를 하나로 묶는 ‘트리플 플레이 서비스(TPS)’. 케이블의 TPS를 이용할 경우 가구당 정보통신비 지출이 30%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케이블 업계의 주장이다.

▽전화 사업=케이블망 사업자(SO)들은 이달 초 ‘케이블 폰’ 사업을 위한 연합 법인을 9월 중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내년 초 서비스가 시작되는 ‘케이블 폰’은 케이블TV의 1300만 가입자가 케이블망을 이용해 유선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사실상 무료 제공될 예정이다. 디지털케이블TV연구원 한운영(韓雲英) 센터장은 “월 1000원 정도의 전화이용료를 상징적으로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속인터넷 사업=케이블 사업자들은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을 중심으로 1만 원대의 케이블TV 보급형 채널과 인터넷 사용을 묶은 패키지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케이블 인터넷 가입자는 2002년 40만 명에서 6월 말 현재 전국 100만 명을 넘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 8.3%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케이블TV 인터넷 신규 가입자는 3만2661명으로 전체 신규 가입자 5만7652명 중 57%를 차지했다.

케이블 관계자는 “이 추세라면 올해 점유율 10%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며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1만3000∼1만7000원에 이용하며 방송도 함께 볼 수 있다는 가격경쟁력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방송 사업=지상파 위기론을 불러올 정도로 케이블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방송위원회가 6월 말 발표한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케이블TV의 순이익은 1185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지상파(1136억 원)를 앞섰다.

TV를 켠 시청자 중 얼마나 해당 채널을 보는가를 드러내는 시청 점유율에서도 지상파가 올해 59.7%까지 떨어진 반면 케이블은 40.3%로 매년 상승세다.

▽인수합병으로 덩치 키우기=업계의 성장에 따라 케이블업체의 몸값이 폭등하고 인수합병 바람도 거세지고 있다. 케이블 업계에는 4월 현대백화점이 가입자 10만의 서울 관악SO를 인수하며 가입자당 70만 원씩으로 계산해 700억 원을 들였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6월엔 수도권에 15개 SO를 갖고 있던 C&M커뮤니케이션이 경기 고양시 일산구의 SO를 인수했다. 16만5000가구가 가입해 있는 서울 강남케이블의 경우 인수합병 1순위로 꼽히지만 업계에선 수천억 원을 줘도 안 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상파와 통신사의 반격=KBS MBC SBS TV 등 지상파 3사는 16일 자사 드라마 등을 불법 방송한 양천방송, 서초케이블TV방송, DCC, 한강케이블TV, 큐릭스 등 5개 SO를 검찰에 고소했다.

KT도 경기 분당케이블 아름방송이 KT의 관로와 전신주를 이용해 인터넷 서비스를 하지 못하도록 소송을 걸어 최근 2심에서 승소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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