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커진 케이블TV]만화-영화-가요채널 “지상파, 꿇어!”

  • 입력 2005년 8월 17일 03시 05분


코멘트
엑스포츠 투니버스 Mnet 등 케이블 주요 채널은 세분화와 핵심 콘텐츠의 개발로 지상파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엑스포츠는 메이저리그 경기의 중계권을 갖고 있으며 투니버스는 ‘이누야샤’ 등 어린이 만화를 집중 방영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제공 엑스포츠, 투니버스, Mnet
엑스포츠 투니버스 Mnet 등 케이블 주요 채널은 세분화와 핵심 콘텐츠의 개발로 지상파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엑스포츠는 메이저리그 경기의 중계권을 갖고 있으며 투니버스는 ‘이누야샤’ 등 어린이 만화를 집중 방영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제공 엑스포츠, 투니버스, Mnet
출범 10주년을 맞은 케이블 TV가 지상파 TV를 맹추격하고 있다. 케이블 TV의 평균 시청률은 초기 1∼2%에 불과했으나 올해 6월 13%로 지상파의 19.3%에 근접했다. 만화 영화 가요 등은 이미 케이블 쪽으로 주도권이 넘어온 상태. 그러나 일부 프로그램의 선정성 등은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지상파 계열 채널 사업자(PP)의 독점 경향도 점점 심화되고 있는 점이 케이블 TV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지상파 TV를 누른다=케이블 스포츠 채널인 엑스포츠의 모회사 IB스포츠는 최근 거액을 들여 미국 메이저리그에 이어 아시아축구연맹(AFC) 경기 중계권을 확보해 설립 5개월 만에 시청 가구를 1000만으로 늘렸다. 국제 스포츠 경기를 독점했던 지상파 방송으로선 큰 타격을 입은 것.

지상파 방송의 한 스포츠부 기자는 “지금은 지상파가 메이저리그 경기를 무시하고 있지만 박찬호 선수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팀이 포스트 시즌에 올라갔을 때도 현재와 같은 태도를 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월드컵 아시아예선 등 AFC가 주관하는 축구 경기는 전 국민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방송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채널의 경쟁력=범용 서비스인 지상파 TV와는 달리 케이블은 전문화되고 시청자 층이 분명한 채널을 갖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 지상파계열 PP를 빼면 투니버스(만화), OCN(영화), Mnet(가요) 등은 전문 채널로 케이블 내 시청률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온미디어 이영균 PR팀장은 “투니버스도 과거 어린이, 성인 등 시청자 대상을 넓게 가져갔으나 지금은 4∼15세로 한정했다”며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정성·가학성의 노골화=방송 내용의 선정성 등이 지상파에 비해 심각하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부부나 애인의 불륜을 추적해 양자를 대면시키는 ‘현장 고발 치터스’ 등 외국의 가학적 프로그램이 ‘Q채널’ ‘리얼TV’에서 번갈아 방송되고 있다.

심야시간대에 외설적인 영화 방영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 한 케이블 관계자는 “콘텐츠 부족으로 마구잡이식 방송이 늘고 있다”며 “자정 기능이 거의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상파 계열 PP의 독점=케이블에서도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케이블 PP의 순이익 494억 원 중 지상파 3사 계열 PP의 순익이 405억 원으로 전체의 81.9%에 달했다.

반면 비지상파 계열 PP 가운데는 온미디어가 172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CJ미디어는 8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홈쇼핑과 지상파 계열 PP를 제외한 115개 PP의 평균 순이익은 7800만 원.

방송위는 5월 중장기 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지상파 계열 PP를 케이블·위성 채널에서 3∼5개로 제한한다는 계획을 공표했으나 최근 SBS 오락 채널을 위성 TV에 편성하게 해 주는 등 이중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한 케이블 관계자는 “지상파가 프로그램 10개 중 7∼9개를 계열 PP에 판매할 정도로 여전히 프로그램을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4 지상파 계열 PP 매출과 순이익
계열법인매출순이익
SBS골프 채널231억9800만47억600만
드라마플러스234억1800만100억800만
스포츠 채널158억1600만27억6600만
MBCESPN 스포츠201억6200만10억3400만
게임88억3200만5억1000만
드라마넷353억8600만131억2200만
KBS스카이304억9100만83억5900만
지상파 계열 합계

1573억300만405억500만
PP 합계(홈쇼핑제외)

1조1573억4800만494억3000만
지상파계열PP 비율

13.6%81.9%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케이블에 ‘인포머셜’ 넘친다▼

“도둑 도둑 밥도둑∼ 식탁을 평정합니다. 야무진 꽃게장!”

“우리 어머님들 관절, 이거 이거 지켜야 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케이블TV 채널을 켜면 프로그램보다 더 흥미진진한 광고가 눈을 잡는다. 지상파TV 광고와는 다른 것이, 홈쇼핑 채널도 아닌 것이…. 과연 이들의 정체는?

● 꽃게장, 간이침대… 케이블 광고의 스타들

올해 초부터 케이블TV 광고 시장에서는 ‘꽃게장’ 전쟁이 한창이다. ‘철구네 꽃게장’과 탤런트 김수미의 ‘김수미 꽃게장’, 최근 여기에 가수 진미령의 ‘야무眞 꽃게장’까지 가세해 3파전 양상이다. 김수미와 진미령은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해 쇼호스트들과 함께 꽃게 다리를 들고 손으로 쭉 짜서 먹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야∼ 이거 봐 이거 봐! 게살이 그냥…. 이야∼.”

케이블 업계에선 이 같은 광고를 넓은 의미의 ‘인포머셜’이라고 부른다.

‘정보(Information)’와 ‘광고(Commercial)’를 합성한 ‘인포머셜’은 기존 광고 형식에 여러 정보를 합친 광고를 뜻한다. 광고 한 편의 방영시간이 보통 6∼10분으로 지상파 방송에선 꿈도 꿀 수 없는 길이다.

주로 소개되는 상품들은 지상파 광고나 백화점 등에서 잘 다루지 않는 틈새 수요를 파고드는 중소기업이나 벤처회사의 기능성 제품들이다. 뱃살을 겨냥한 헬스기구 ‘AB 슬라이드’부터 각종 찌든 때를 없애 주는 ‘매직블록’, 남성용 신사바지 ‘잭필드 3종세트’, ‘라꾸라꾸 침대’ ‘가시 오가피’ ‘클로렐라’ ‘글루코사민’…. 인포머셜을 통해 ‘스타’가 된 상품은 한둘이 아니다.

● 집중과 반복을 무기로 내세운 케이블 광고

케이블 광고 시장 규모는 2005년 현재 4500억∼5000억 원대. 2001년 케이블 방송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한 뒤 2002년 2000억 원대였던 광고시장이 연평균 30%씩 성장하고 있다.

이 중 인포머셜 광고가 10%가량을 차지한다. 이들 광고는 전국 50여 개 ‘유사(類似) 홈쇼핑업체가 만든다. 자체 케이블 채널을 갖고 있는 LG홈쇼핑, CJ홈쇼핑 등과 달리 이들 유사 홈쇼핑업체들은 중소기업 등에서 물건을 받아 광고를 제작한 뒤 광고료를 내고 각 케이블 채널을 이용한다. 이들 업체는 호응이 좋은 상품에 집중하는 전략을 쓰기 때문에 한두 개 히트 상품이 전체 케이블 채널에서 반복적으로 방영되는 현상이 빚어진다.

케이블 특유의 광고 시스템에 피곤을 호소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이호민(27·회사원) 씨는 “프로그램을 보기도 전에 기다리다 지칠 정도로 같은 광고가 계속 방영된다”고 불평했다. 현재 케이블 광고는 광고 시간 총량제(하루 방송시간이 12시간이면 120분 광고 가능)의 적용을 받고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