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4일 내한공연 갖는 伊엔니오 모리코네 e메일 인터뷰

  • 입력 2005년 8월 1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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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율커뮤니케이션
사진 제공 율커뮤니케이션
“한국 공연을 앞두고 2002년 월드컵 때의 한국-이탈리아전이 생각났습니다. 처음엔 제가 공연할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이 한국의 안정환 선수가 이탈리아에 패배를 안긴 그 골을 넣은 곳인 줄 알았어요. 이번 공연에서 저는 승패를 겨루는 스포츠 대신 음악으로 한국과 이탈리아가 하나 되길 소망합니다.”

○ “관객 보며 무한한 에너지 얻어”

음악 선율 한 자락에 영화 속 장면이 머릿속에 필름처럼 지나가는 것…. 한 편의 영화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일은 공감각적(共感覺的) 작업이다.

‘시네마 천국’ ‘미션’ ‘황야의 무법자’ 등의 영화음악으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출신의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76·사진)가 9월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생애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이번 공연은 5월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스페인 미국 러시아 일본에 걸친 세계 투어의 일부. 한국공연에 앞서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경기장 공연이라 규모도 크고 관객도 많아 부담이 됩니다. 나이가 주는 두려움도 있겠지요. 하지만 공연장을 찾아온 관객을 보면 언제나 무한한 에너지를 얻습니다.”

이탈리아의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을 졸업한 모리코네는 1961년 영화 ‘일 페데달로’의 음악을 맡으며 영화음악가로 데뷔했다.

이후 ‘황야의 무법자’(1964), ‘석양의 건맨’(1965),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 ‘미션’(1986), ‘시네마 천국’(1988) 등 360여 편의 영화음악을 만들며 ‘세계 영화음악계의 대부’로 군림해 왔다.

특히 ‘미션’의 ‘가브리엘스 오보에’나 ‘시네마 천국’의 ‘러브 테마’는 각종 광고음악, 휴대전화 벨소리 등을 통해 한국에서도 꾸준히 사랑받는 멜로디.

○ 영화음악에 맞춰 영화 명장면도 상영

“저는 영화음악을 만들 때 창의력보다는 가능한 영화의 이미지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촬영된 장면을 보면서 작곡의 모티브를 찾아내죠.”

그의 음악적 특징은 영화를 압도할 만큼 장대한 스케일이라는 것. 웅장한 음악을 관객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그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90인조 로마 심포니 오케스트라, 100여 명의 합창단과 함께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공연 중에는 경기장 내 대형스크린을 통해 영화의 명장면도 함께 상영할 예정이다.

“한국에 4일간 머무를 예정인데 전통음식도 맛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무엇보다도 한국 팬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습니다. 관객이 원한다면 지휘봉을 놓고 마이크를 잡을 수도 있겠죠. 공연에는 짜여진 각본이 없으니까요.”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지난해 그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킬빌 2’의 음악을 만들었다. 여전히 ‘구르는 돌’인 것.

“조만간 새 영화음악 소식을 들고 팬들을 찾을 겁니다. 은퇴요? 음악을 할 수 없는 그 순간이 오면 하겠죠. 하지만 그런 날이 올까요?” 공연문의 02-565-3055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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