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천적’ 사우디와 17일밤 8시 월드컵 최종예선

본프레레 감독

《16일 만난 요하네스 본프레레 한국대표팀 감독은 1주일 만에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7일 동아시아연맹축구대회에서 일본에 진 뒤 어깨를 축 늘어뜨린 의기소침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14일 남북통일축구에서 북한을 3-0으로 꺾었고 해외파까지 모두 합류해서인지 사우디아라비아전을 앞두고는 다시 자신감을 회복한 것처럼 보였다.》

본프레레 감독이 16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7일 열리는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전에서 필승을 다짐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밀집수비를 무너뜨리고 상대의 역습을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파나 해외파를 가리지 않고 컨디션을 감안해 투입하겠다”고 덧붙였다.

비록 본프레레 감독이 자신감을 보였다 하더라도 실제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은 어느 때보다 클 듯. 동아시아대회에서의 잇따른 졸전 이후 팬들의 분노와 경질 여론을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대는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 역대 전적은 12전 3승 5무 4패로 한국의 열세. 특히 한국은 1989년 10월 이탈리아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2-0으로 이긴 것을 끝으로 16년 동안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3월 열린 월드컵 예선 원정 경기에서는 0-2로 뼈아픈 패배를 맛보았다.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은 3월 한국전에서 2번째 골을 넣은 알 카타니가 포함됐지만 첫 골을 넣은 카리리와 주장 알 자베르 등은 제외돼 당초 1.5군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은 “이번에 교체된 6명은 기존 멤버 보강 차원에서 충원된 만큼 오히려 그전보다 전력이 한수 위”로 평가하고 있다.

‘본프레레호’는 ‘3-4-3 전술’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실시한 대표팀의 최종훈련에서도 안정환을 원 톱으로 좌우 윙 포워드에 박주영과 차두리가 섰다. 또 중앙 미드필더 김두현과 백지훈은 슈팅 훈련을 하기도 했다. 중앙 공격력을 강화하려는 포석.

한편 ‘본프레레호의 황태자’ 이동국은 훈련에 불참했다. 이날 오전 갑작스럽게 배가 아파 병원 진료를 받았는데 ‘장염’ 진단을 받고 링거까지 맞았다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동국은 사우디아라비아전 출전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