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성철]지방대 강화사업 부실, 교육부 책임없나

  • 입력 2005년 8월 1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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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지방대 혁신역량 강화(NURI) 사업의 1차연도 중간평가를 통해 부실 사업단 선정을 취소하고 지원액을 삭감한 것은 잘한 일이다. 사업 시행 1년 만에 60% 이상의 사업단에 엄중한 처분을 내린 것은 나눠먹기식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교육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대학들이 이처럼 사업을 방만하게 운영해 온 데는 교육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그동안 교육부는 각종 지원 명목으로 해마다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의 돈을 대학에 나눠주곤 했다. 하지만 중간평가를 통해 부실 사업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지원을 중단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중간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 지원사업에 뽑히기만 하면 끝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대학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말했다. 이는 지금껏 교육부의 사후 평가가 소홀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업목표를 정해 막대한 지원을 하다 보니 대학들 사이에서는 ‘일단 예산부터 챙기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다보니 지원금부터 먼저 받아 낸 뒤 나중에 사용처를 찾는 본말전도(本末顚倒) 현상도 있었다.

교육부 김광조(金光祚) 인적자원총괄국장도 “대학들이 전략에 따라 목돈을 사용한 경험이 부족해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털어놓았다. 5년 동안 1조4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방대한 사업을 시행하면서 서류 평가 위주로 사업단을 선정한 것부터가 문제다. 대학별로 사업목표의 타당성이나 달성 가능성을 제대로 따져 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칼’은 아직도 무디다. 교육부는 이번에도 ‘치부’를 덮는 데만 급급했다. 우수 사례를 설명하는 자료에는 그래픽과 통계까지 덧붙이면서 부실 사례는 자료에 포함시키지도 않았던 것이다.

대학에 대한 온정주의는 대학 개혁을 뒷걸음질시킬 뿐이다. 대학에 돈을 나눠주는 데 골머리를 앓던 시기는 이제 지났다. 어차피 쓸 돈이라면 제대로 쓰는지를 감독하는 데 교육부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홍성철 교육생활부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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