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 ‘통절한 반성’ 행동으로 보여야

  • 입력 2005년 8월 1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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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패전 60주년을 맞아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 준 데 대해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한국을 비롯한 일제(日帝) 피해국들에 일본 총리로서는 10년 만에 종전과 같은 수준의 ‘반성’을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말로는 사죄한다면서도 역사교과서 왜곡에 눈감고, 야스쿠니신사 참배도 철회하지 않으니 진심이라고 믿기 어려운 것이다. 사죄 담화가 나온 그 순간에도 전현직 각료들은 A급 전범들의 위패가 놓인 야스쿠니신사로 몰려가 머리를 숙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국제사회의 비판과 총선 직전의 국내 분위기를 살펴 이번엔 가지 않았으나 참배 소신은 결코 꺾지 않았다. 고이즈미 내각은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의 역대 어느 정부보다 도발적이다. 영유권을 주장하는 망언을 그치지 않고 있다.

일본의 과거사 인식 문제는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뇌관’이다. 동북아가 초기 유럽연합(EU)과 같은 초보적 단계의 ‘지역통합’도 논의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태평양전쟁이 침략전쟁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으니, 그 연장선에서 평화헌법 개정 및 자위대의 군대화 추진 등 우경화 바람이 세차게 부는 것이다. 이것이 다시 한일(韓日)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중일(中日)관계를 더 심각한 대결국면으로 몰아갈 우려를 키우고 있다.

주변국들이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경계심을 더욱 높이는 것도 일본이 ‘행동’으로 반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막대한 원조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이 먼저 신뢰할 수 있는 이웃이 되지 않고서는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기도, 책임 있는 지도국가로 나서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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