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통합 하자면서 분열 키울 건가

  • 입력 2005년 8월 1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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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민통합의 시대를 여는 게 역사적 소명(召命)”이라며 과거사 정리, 정치 분열 구조 극복, 양극화 해소를 분열 극복을 위한 당면과제로 열거했다.

사회 분열의 첫째 원인을 과거에서 찾는 노 대통령의 발상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역사는 정의와 불의로 양단(兩斷)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편 가르기식 역사관으로는 오히려 오늘의 갈등을 첨예화할 뿐이다. 노 정권 2년 반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은 ‘역사의 과오’를 들추기에 앞서 우리 사회의 분열을 심화시킨 ‘당대(當代)의 과오’부터 반성했어야 옳다. 그런 자성(自省) 없는 밀어붙이기식 통합론이 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거사 정리 방식도 문제다. 노 대통령은 관련법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국가권력의 남용으로 인한 인권과 민주적 기본 질서를 침해한 범죄에 대해서는 민·형사 시효를 배제하거나 조정하는 법률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소시효 중단 또는 연장은 다시 위헌성(違憲性) 시비를 부를 소지가 있다. 지난날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처벌하기 위한 ‘5·18 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3분의 2’ 기준 때문에 합헌으로 났지만, 한정위헌으로 판단한 재판관이 5명으로 합헌으로 본 재판관 4명보다 많았다.

공소시효가 이미 끝난 범죄에 대해 이를 연장해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 정신에 비추어 소급입법(遡及立法)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다수설이다. 설혹 위헌 논란을 피할 수 있다 하더라도 법을 개정해 공소시효가 완료된 범죄를 처벌하는 것은 법의 안정성을 해쳐 사회적 법적 혼란을 부를 우려가 크다.

‘지역구도 해소를 통한 정치 분열 구조 극복’ 또한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무리하게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선거구제 개편이라는 방법론에 앞서 정권이 ‘원칙’부터 지켜야 한다. 영남 출신 낙선자를 중용(重用)하는 인사를 남발하고, 민의(民意)와 동떨어진 연정론(聯政論)에 집착하는 식의 ‘무원칙’으로는 지역주의 갈등을 풀어 가기 어렵다.

노 대통령은 ‘통합을 강조하지만 분열의 씨앗을 더 뿌리고, 법의 안정성을 더 흔들며, 국민을 자꾸 과거의 수렁으로 몰고 가는 듯한’ 모습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언제까지 ‘지난날의 어두운 일’에 나라를 묶어 둘 셈인가. 참으로 급한 것은 민생이고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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