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서민경/해외여행, 사진만 찍으면 끝인가

  • 입력 2005년 8월 1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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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키치키.’ 대학 1학년 때 캐나다 배낭여행 때 만난 외국인이 한국인과 일본인을 지칭해 붙인 별명이다. 사진 찍는 소리를 본떠 만든 그 별명을 떠올리며 유심히 관찰해보니 정말 그랬다. 유럽인은 대체로 여행지를 둘러보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한국인과 일본인은 유명한 곳에 왔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정작 중요한 ‘관광’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해 여름 영국 런던의 국립미술관을 다녀왔다는 한국인 학생과 러시아 대학생의 대화를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러시아 대학생은 그 미술관에 대해 비교적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작가와 작품 얘기로 10분가량 끊이지 않고 얘기할 정도로 할 말이 많았다. 반면 한국 학생은 그저 “나도 거기에 가봤다”라고만 강조할 뿐이지, 별다른 기억이 없는 듯 그 이상 들어가지 못했다.

여행을 ‘자기만족’과 ‘자기계발’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왔는지, 아니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여행을 떠났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생각할수록 씁쓸했다. ‘런던 찍고, 파리 찍고’라는 식으로 유명 관광지 ‘찍기’에만 심혈을 기울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유럽 5개국 10일’이라는 여행사 상품광고처럼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이 둘러보려고 욕심냈으니 제대로 기억에 남는 게 없을 수밖에…. “남는 건 사진”이라며 셔터를 눌러댄 과거가 부끄러웠다.

지난해 유럽 배낭여행 때 찍은 사진첩을 꺼내봤다. 인물 뒤로 박물관 등 유명한 건물들이 많이 보였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전시물이 뭐였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빡빡한 일정 탓이라고만 하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여행을 가는 건 사진 몇 장 더 남기기 위함이 아닐 것이다.

서 민 경 인하대 영어영문학과 4년·본보 대학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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