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텃밭 누비는 ‘친절한 그녀들’

  • 입력 2005년 8월 1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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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애 지점장(왼쪽)을 비롯한 르노삼성자동차 북일산지점의 여성 영업직원들. 이 지점은 직원 13명 가운데 10명이 여성이다. 사진 제공 르노삼성자동차
유성애 지점장(왼쪽)을 비롯한 르노삼성자동차 북일산지점의 여성 영업직원들. 이 지점은 직원 13명 가운데 10명이 여성이다. 사진 제공 르노삼성자동차

《‘영업전선’에 이제 남녀 구별은 없다. 전통적으로 남성들의 독무대로 여겨졌던 자동차, 제약, 조선, 정유업종의 영업 분야에 여성들의 진출이 부쩍 늘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살리는 접근법으로 좋은 실적을 올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아직은 남성에 비해 훨씬 적은 인원이지만 비중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산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남자들의 세계’에 뛰어들다

정유업계의 영업직은 흔히 ‘남성의 영역’으로 불린다. 주요 거래처인 주유소 업주들이 대부분 남성인 데다 술자리도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GS칼텍스 영업팀 곽은주 씨. 그는 “남자 주유소 사장님들과 어울리기 위해 술자리도 자주 갖는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GS칼텍스

하지만 정유업계에도 여성의 영업직 참여가 늘고 있다. GS칼텍스에는 지난해부터 3명의 여성이 영업 현장에서 뛰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영업팀에서 일하고 있는 곽은주(26) 씨는 주유소 실적을 꼼꼼히 점검하고 업주들에게 조언해 주는 것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부산지역 12개 주유소를 담당하는 곽 씨는 “주유소 사장님 등 만나야 할 사람이 100% 남성이어서 친해지기 위해 술자리도 자주 갖는 편”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도 400명의 영업사원 가운데 여성이 10명으로 늘었다.

거래 규모가 크고 장기 해외출장이 많은 조선업계에도 점차 여성 진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중공업에서는 2002년부터 점차 투입되기 시작해 현재 5명의 여성 영업사원이 현장에서 뛰고 있다.

수천억 원대의 선박을 수주하는 이들은 한국에서 ‘가장 비싼’ 제품을 파는 여성들인 셈이다. LNG운반선팀의 김나경 씨와 컨테이너선팀의 고경화 씨는 최근 2년간 각각 10여 척을 수주하는 데 참여했다.

삼성중공업은 “여성 직원들은 꼼꼼하게 오류를 체크하기 때문에 제안서가 거의 완벽하다”며 “아시아 국가에는 여성 선박 영업인력이 드물어 외국 선주들이 오래 기억해 주는 장점도 있다”고 밝혔다.

○ 여자는 여자가 안다

제약업계의 여성 영업직 진출도 활발하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영업직 여성이 2000년 5명으로 전체의 6%에 그쳤지만 현재는 36명으로 20%나 된다.

한국화이자도 영업직원 299명 중 34%인 102명이 여성이다. 동아제약은 전체 영업직원 900명 중 30명이 여성이며 지난해 뽑은 신입 영업사원 100명 중에서도 12명이 여성이다. 한미약품도 올해 상반기 영업사원 공채 합격자 60명 가운데 9명이 여성.

여성 영업사원들은 약에 대한 정보를 꼼꼼하게 설명해 실적이 뛰어나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평가다.

특히 여성 약사나 여의사들과 접촉하기 쉽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한양대병원을 담당하는 한미약품 김은화(28) 씨는 “술 접대 위주의 영업이 줄어들고 약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도 마찬가지다. 대우자동차판매의 박은화(46) 차장은 이 회사에서 3년 연속 상용차 판매 선두를 달리는 ‘판매왕’이다.

르노삼성자동차 북일산지점은 지점장과 직원 13명 가운데 10명이 여성이다. 유성애(46) 지점장은 “여성이라고 해서 어려운 점은 없다”며 “고객의 소리를 꼼꼼히 경청하는 것은 오히려 여성이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지점장인 김영옥(49) 차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 동여의도지점은 올해 상반기 지역본부 25개 지점 가운데 최우수 지점으로 선정됐다.

최근 자동차 구입 선택권이 남편에서 아내로 넘어가는 추세도 여성 영업사원들에게는 힘이 되고 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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