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도 유기농 시대…닭 이어 돼지고기 시판

  • 입력 2005년 8월 1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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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부터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과 무역센터점, 농협중앙회 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는 유기농 돼지고기가 팔리고 있다.

하나로클럽에서 유기농 돼지고기 삼겹살은 1kg에 4만2900원으로 일반 삼겹살(1만7300원)에 비해 2.5배나 비싸다. 같은 매장에서 팔리는 한우 양지(3만4500원)보다도 가격이 높다.

유기농 축산물 시대가 열리고 있다. 5월에 유기농 닭과 계란이 나온 데 이어 돼지고기까지 나온 것.

유기농 돼지고기 생산은 사육과정에서 나오는 퇴비를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유기농산물과 유기축산물의 결합으로 유기농 순환 사이클이 완성된 셈이다.

○가축 복지를 고려한 축산물 생산

13일 경기 안성시 공도읍 농협 축산연구소 안성목장. 목장 안으로 들어서자 분뇨 냄새가 코를 찔렀다.

2평 크기의 우리에는 5, 6마리의 돼지가 있었다. 바닥에는 톱밥과 분뇨가 섞여 있어 질척거렸다.

일반 돼지는 평당 4.5마리 정도가 사육되지만 유기농 돼지는 3마리만 사육된다.

인근 닭장에는 별도의 운동장이 널찍하게 마련돼 있었다. 일반 닭은 1평에서 40∼50마리가 사육되지만 유기농 닭은 15마리가 고작이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이 마련되지 않으면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없다.

쾌적한 사육 시설은 ‘가축 복지’를 고려해서 마련됐다.

축산연구소 김영현 차장은 “쾌적한 사육시설에서 자란 가축들은 스트레스성 호르몬의 분비가 일반 가축에 비해 절반 정도 낮다”며 “이는 면역성을 증가시켜 항생제나 인공화합물의 사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기농으로 가축을 생산하는 것은 좋은 먹을거리 생산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먹을거리를 생산함으로써 땅의 훼손을 줄일 수도 있다.

돼지우리 바닥에 톱밥이 깔려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돼지의 분뇨와 섞이면 좋은 자연 비료가 된다는 것. 이 비료가 뿌려져 자란 풀은 소의 먹이가 된다.

축산연구소는 현재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한 풀과 사료를 먹인 한우와 젖소도 키우고 있다. 올해 10월이면 한우와 젖소에 대해서도 유기농 인증을 신청할 예정이다.

○유기농 시대 본격 개막

농협이 유기농 축산물을 잇달아 생산해 내자 일반 축산농가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료업체들도 분주해졌다. 앞으로 유기농 방식이 먹을거리의 큰 흐름이라는 점을 알고 있지만 유기농 사료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고전하고 있었는데 축산연구소가 그 물꼬를 튼 것이다.

실제로 농협도 유기농 사료 확보에 어려움이 많아 유기농 돼지 생산을 위해 목장 안에 유기농 사료 생산 시설을 별도로 짓기까지 했다.

농림부 축산경영과 서재호 사무관은 “유기농 기반이 확대되면 개인적으로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고 하는 축산농가가 생기는 등 축산물 유기농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성=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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