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경축사]盧대통령 “대기업 노조 기득권 포기” 촉구

  • 입력 2005년 8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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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노조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심상찮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대임금제 검토 지시에 이어 15일 8·15경축사에서는 대기업 노조에 ‘과감한 기득권 포기’를 촉구했다.

앞으로 노사정책의 초점이 대기업 노조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데 집중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 대기업 노조 왜 비판받나

노 대통령은 “기업이 어려움에 처해도 정리해고가 어려운 제도 아래서 비정규직과 대다수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막강한 조직력으로 강력한 고용보호를 받고 있는 대기업 노조가 기득권을 포기하는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는 해고의 유연성을 열어주고 정부와 기업은 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다양한 고용기회를 만들어주는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고 구체적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우선 2월 국회 국정연설에 이어 8·15경축사에서까지 대기업 노조의 문제점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노 대통령의 발언을 들여다보면 대기업 노조의 지나친 이기주의가 하청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해온 ‘노사정 대타협’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가 비타협적인 대기업 노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노조의 이런 문제점은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해온 것이기도 하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에서 보듯이 최근 노동운동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대기업 노조가 더욱 강경한 노선을 걷고 있다.

홍익대 김종석(金鍾奭) 교수는 “전체 근로자 중 노조에 가입한 비율이 11%에 불과하고 대기업 노조 중심으로 움직여 전체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노 대통령의 발언은 기업이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지 않으면 일자리를 늘리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노동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 이수봉(李守峰) 교육선전실장은 “지도층이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대통령의 빗나간 노사관계 인식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 연대임금제 실현 가능성 있나

노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점검회의’에서 검토를 지시했다는 연대임금제는 한국 실정에 적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대임금제란 노사가 중앙 차원의 단체교섭을 통해 업종별 최저임금인상률을 정하는 방식으로 1956년 스웨덴의 ‘사회연대임금 협약’이 시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최저임금인상률을 같게 정해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 노조의 양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적 현실에서 제도 도입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설령 대기업 노조가 양보하더라도 영세한 중소기업은 최저임금인상률에 맞추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산업별 노조가 발달한 스웨덴이 썼던 정책을 노조 조직률이 낮고 경제규모가 훨씬 큰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합의가 어려워 스웨덴도 1990년대 들어 포기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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