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표가 대학시절 서강대 여학생회지에 기고한 글

  • 입력 2005년 8월 15일 14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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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1971년 서강대 여학생회지 '청지' 에 기고한 글)

[이 글은 지난 1971년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 2학년 당시, 서강대 여학생회지인 『청지(청지)』 창간호에 기고한 글로서,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목련’이라는 제목으로 지은 글입니다.]

항상 바쁘신 생활 속에서 산책조차 드무셨던 어머니께서, 어느 이른 봄날 뒤뜰에서 나를 부르셨습니다.

어머니는 산책하시다가 목련 나무 밑에 서 계셨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목련나무 가지에는 하얀 꽃들이 눈부시게 피어 있었습니다.

멀리 피어 있는 개나리를 보시면서 어머니 말씀이 개나리를 멀리서 보면 노란색이 유난히 눈에 뜨이며 곱게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한 송이 한 송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아무런 표정도 없고 무심하여 반응이 없는 무뚝뚝한 남자 같고, 그 반면 진달래는 가까이 보면 볼수록 방실 방실 웃으면서 그렇게 사람을 반길 수가 없다고요.

그런데 목련은 또 다른 것을 느끼게 한다고요. 목련은 너무나 깨끗하여 단순히 깨끗함을 지나 어떤 고귀함을 느끼게 한다고요. 한창 피어나는 목련 나무를 한동안 바라다보면 그 고귀함이 오히려 오만하게까지도 보여 인간이다 보니 자꾸만 결점을 잡아 보려고 해도 또한 티만한 결점도 찾을 수가 없다고요.

우리 인간은 저 백목련 같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요.

아무리 아름다운 미인이라도 여러 가지 장식품으로써 그 아름다움을 꾸미고 돋보이려고 하는데 목련은 그 아무런 꾸밈이 없다는 점에 반하신 모양입니다.

이른 봄, 잎새 한 장의 도움도 없이 앙상한 가지 정상에서 꽃만 피어 하늘로 치솟는 듯 새하얀 묘한 꽃잎 사이로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은은한 그 향기, 또 꽃잎이 미처 시들기 전에 바늘 끝만한 흠도 나지 않았건만 미련 없이 떨어지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너무나 아쉬움과 미련을 갖게 한다고요. 이렇게 말씀 하시면서도 어머니는 아직 그 표현이 부족하신 듯 안타까운 표정이 보였습니다.

그 뒤 개나리, 진달래 그리고 목련을 볼 때 마다 어머니가 말씀하셨던 것처럼 느끼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중년이 넘으신 어머니가 그러한 소녀 같은 감정을 가지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흐뭇해 집니다.

서강대 전자공학과 2학년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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