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회원 태극기 나눠주다 물병 맞아

  • 입력 2005년 8월 15일 03시 08분


코멘트
문닫아 건 연세대비운동권인 연세대 총학생회가 14일 오후 교문 앞에 8·15 민족대축전 행사의 교내 개최를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이날 밤 이 대학 노천극장에서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결의의 밤’ 행사를 열려던 통일연대와 민중연대 등 시민단체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학생들은 장소를 경희대로 바꿔 행사를 진행했다. 원대연  기자
문닫아 건 연세대
비운동권인 연세대 총학생회가 14일 오후 교문 앞에 8·15 민족대축전 행사의 교내 개최를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이날 밤 이 대학 노천극장에서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결의의 밤’ 행사를 열려던 통일연대와 민중연대 등 시민단체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학생들은 장소를 경희대로 바꿔 행사를 진행했다. 원대연 기자
‘8·15 민족대축전’ 첫날이자 광복 60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한 각종 행사와 진보 및 보수 단체들의 집회가 열렸다.

여기에 각종 행사를 위한 교통통제까지 실시되면서 서울 광화문 일대는 교통혼잡을 빚기도 했다.

▽국립묘지 주변=민족대축전에 참가한 북측 대표단의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묘지 참배에 대해 보수단체들은 6·25전쟁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14일 오전 9시 45분경부터 국립묘지 주변에선 ‘자유개척청년단’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북측 대표단의 참배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1만여명 경희대로
14일 오후 연세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8·15 민족대축전 행사가 연세대 학교당국과 비운동권인 총학생회의 강한 반대로 이날 오후 11시 경희대로 장소를 옮겨 개최됐다. 경희대도 행사개최에 반대의 뜻을 나타냈지만 참가자들의 출입을 통제하지는 않았다. 이날 열린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결의의 밤’ 행사에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소속 대학생 등 1만여 명이 참가했다. 신원건 기자

이들은 “북측 대표단이 참배에 앞서 6·25전쟁과 각종 테러행위에 대한 고백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들이 갖고 있던 선전 피켓과 선전물을 압수한 데 이어 이날 오후 1시 45분경에는 보수단체 회원 25명을 버스에 강제로 태운 뒤 국립묘지에서 200여 m 떨어진 곳에 버스를 세워 놓았다가 북측 대표단의 참배가 끝난 오후 3시 15분경 풀어줬다.

북한 대표단을 태운 버스가 국립묘지 정문을 통과하던 오후 3시경에는 보수단체 회원으로 알려진 40대 남성이 경찰 저지선을 뚫고 버스로 달려들어 반북 구호를 외치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주변=민족대축전 개막식과 남북통일 축구경기 등이 열린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안팎에서는 진보단체와 보수단체들이 집회를 가졌다.

오후 4시 반부터 남측 대표단 400명과 북측 200명, 해외 동포 150명 등 모두 750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족대축전 첫날 행사가 시작됐다.

비슷한 시간대인 이날 오후 5시 ‘북핵저지시민연대’ 등 보수단체들은 경기장 부근에서 북한 핵 폐기와 북한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사진전시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

이에 앞서 오후 1시경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 소속 택시 150여 대가 한반도기를 달고 가양대교 북단부터 상암경기장까지 북측대표단 환영 퍼레이드를 펼쳤다.

또 오후 2시부터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3500여 명이 월드컵공원 잔디광장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한편 남북통일 축구경기가 열리기 전 한 보수단체 관계자가 한반도기가 아닌 태극기를 시민들에게 나눠주다가 이에 항의하는 한 시민이 던진 물병에 맞아 이마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민족대축전 행사 갈등=연세대의 불허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 대학에서 민족대축전 행사를 강행하려 했던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및 시민단체는 학교 측은 물론 학생과 교수까지 행사 개최에 반대하자 이날 오후 집회 장소를 급히 경희대로 변경해 행사를 열었다.

경희대는 공식적으로 행사 개최에 반대했으나 집회 참가자들의 출입을 막지는 않았다.

앞서 연세대는 14일 오전 9시를 기해 모든 출입문을 봉쇄했으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졸업식이 열릴 대강당과 공사 중인 백양관, 실험기자재가 있는 실험동 등 몇몇 학내 주요 시설물에 대한 출입을 막고 순찰조를 운영하기도 했다.

비운동권인 연세대 총학생회 측도 정문 앞에서 교내 행사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대학 교수평의회도 성명을 내고 “대학 캠퍼스에서 열리는 일련의 정치행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불허한 학교본부와 총학생회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세대는 13일 서울 시내에서 민족대축전 전야제 행사에 참여한 노동자와 학생 1000여 명이 학교에 들어오자 충돌을 우려해 숙박을 허가했으나 본행사의 교내 개최는 강력하게 거부했다.

경희대에선 14일 오후 11시부터 통일연대와 민중연대, 한총련 소속 1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결의의 밤’ 행사가 열렸다.

∇시내곳곳 행사=이날 시내 곳곳에서는 8·15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로 서울 종로 일대를 중심으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세종로 사거리에서는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광복절 경축행사 전야제 ‘아시아한마당’ 행사가 수많은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특히 오후 7시부터는 중앙 무대에 설치된 대형 화면을 통해 남북통일축구를 함께 응원했다.

한편 15일에는 보수단체들도 두 파로 나뉘어 별도의 집회를 열 예정이다. ‘국민행동본부’는 이날 낮 12시 서울역 광장에서 광복절 기념집회를 열며, ‘반핵반김국민협의회’ 소속 단체들은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북핵폐기·북한해방을 위한 국민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