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황우석 기술’ 지켜라 보안팀 운영

  • 입력 2005년 8월 15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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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생명공학계의 기린아로 떠오른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의 기술 보안을 위해 국가정보원이 지난해부터 ‘황우석 보안팀’을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14일 “2003년 말 국가 핵심 지식정보 보안과 기술 유출자 색출을 위해 출범한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가 지난해 3월부터 황 교수팀의 기술 보안을 위해 별도의 보안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산업기밀보호센터는 국내 260여 개 연구소와 기업의 보안 문제를 관리하고 있는데 개인을 보호대상자로 선정해 전담팀을 구성한 것은 황 교수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황 교수팀의 기술보안에 주목한 것은 2004년 초.

그는 “지난해 3월 처음으로 그의 연구실을 봤을 땐 ‘차라리 이 사람이 유명하지 않았더라면’ 하고 생각했을 정도로 보안체계가 엉망이었다”며 “황 교수를 비롯한 연구원들은 보안의식이 없었고 연구시설에도 보안장비가 전무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황 교수는 여성의 난자에서 배아 줄기세포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뒤 연구시설의 보안관리체계에 대해 “연구원들에게 함구할 것을 주의해 두었고 연구시설은 자물쇠로 잘 채워뒀다”고 말했을 정도.

이때부터 산업기밀보호센터는 황 교수 전담팀을 구성해 그와 주변 인물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철통같은 보안관리에 나섰다.

우선 컨테이너형 연구시설을 출입통제가 용이한 수의대 건물 안으로 옮기도록 했다. 황 교수를 포함한 모든 연구원들의 보안의식에 대한 교육도 이어졌다. 또 e메일과 전화통화 등을 통한 연구실적 유출을 막기 위한 필터링 시스템 도입도 제안했다.

최근 기공식을 가진 ‘황우석 연구동’에는 국정원이 제안한 강력한 보안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60억 원 내외이던 예산도 250여억 원으로 늘었다는 후문.

이 관계자는 “홍채(虹彩)인식 출입관리시스템, 3중 보안 출입인증 관리제, 유무선 통신 및 e메일 필터링 시스템, 컴퓨터 저장장치 반출입 통제장치 등이 도입되거나 도입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전담팀원인 A 씨는 “구체적인 방법은 설명할 수 없지만 이들이 만나는 사람, 건네는 말, 휴대하고 다니는 물품, 발표할 자료 등 모든 것이 보안 대상”이라면서도 “이들이 스스로 지켜나갈 수 있도록 예방교육을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국정원과 경찰의 철저한 보안과 경호 덕분에 최근 연구성과가 사이언스 지에 발표하기 직전까지 내용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었다”며 “일부 사생활 침해와 관련해서는 논란도 있을 수 있으나 세계적인 성과를 위해서는 참고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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