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음모론 불끄기…盧대통령 “DJ정부 도청은 곁가지”

  • 입력 2005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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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탄 DJ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투석 치료를 마친 뒤 휠체어를 타고 병실로 돌아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입원은 정국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합
휠체어 탄 DJ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투석 치료를 마친 뒤 휠체어를 타고 병실로 돌아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입원은 정국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합
‘김대중 정부의 도청은 곁가지이고 그 뿌리는 군사독재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9일 국무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국가정보원의 도청 사건에 대해 언급한 발언록을 청와대가 사흘 뒤인 12일 상세히 공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도청은 군사독재가 쓰던 불법적 도구”라고 규정한 뒤 “그 근간은 대개 해체된 거 아니냐. 그 전(前) 과정이 미림팀이고, 그 다음 해체돼 가는 과정을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지금 불거져 나온 것은 아카시아 나무를 파내고 남은 뿌리에서 잔가지가 몇 가닥 남아서 다시 나온 것”이라고도 했다.

노 대통령은 “문제는 곁가지 부분만 조사하고 공개할 게 아니라 옛날에 있던 뿌리, 줄기까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은 하지 않더라도 그 형체와 진상을 밝힐 데까지 밝혀야 한다”며 과거 청산의 일환으로 군사정부 시절의 도청 문제까지 규명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의 문제가 불거지는데 거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에 의해 정쟁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데에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참으로 잘못됐다”고 구여권의 맥을 잇고 있는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노 대통령은 또 “참여정부 시대에 도청이 있었는지 여부는 검찰이 밝혀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이처럼 ‘도청의 원조는 한나라당이고 DJ 시절 도청은 곁가지’라는 논리를 편 노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뒤늦게 공개하고 나선 것은 최근 DJ의 입원으로 심화되고 있는 DJ 측과의 갈등 기류는 물론 호남 민심의 급속한 이반 현상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또 이날 간담회에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에 대해 “연말까지는 시간이 있는 거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고 해 볼 생각이다”며 대연정 제안의 유효 시한을 올해 말로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방선거가 열리는 내년에는 새로운 정치구도를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사실상 대연정 제안을 접는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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