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帝잔재 지명”이라더니…영산강, 조선문헌 곳곳에 등장

  • 입력 2005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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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은 과연 일제가 붙인 이름인가?

문화관광부 광복 60주년 기념 문화사업추진위(위원장 황병기·黃秉冀)가 최근 영산강이라는 이름을 ‘바로잡아야 할 일제 잔재’로 지목한 데 대해 “영산강은 조선시대에도 널리 사용된 이름”이라는 반론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광복 60주년 기념위는 5∼7월 ‘일제문화잔재 바로알고 바로잡기’ 시민제안 606건을 공모해 “일제가 호남의 곡창지대를 식량기지로 삼으며 사수강과 사호강이라는 원래의 이름을 만경강과 영산강으로 개칭했으므로 이를 고쳐야 한다”는 제안을 최고상인 으뜸상으로 선정해 10일 발표했다.

그러나 영산강이 속한 지방자치단체인 전남 나주시청의 윤여정(尹汝正·50) 주민자치팀장은 12일 조선왕조실록 등의 기록을 들어 “조선조에도 나주 영산강이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윤 팀장에 따르면 조선왕조실록 영조 원년(1725년)에 기록된 상소문에 ‘나주 영산강(羅州 榮山江)’이라는 표현이 보이며, 조선 후기 실학자 이긍익(李肯翊·1736∼1806)이 남긴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도 “나주의 영산강은 그 근원이 여덟이 있는데…”로 기술됐다는 것.

이에 대해 제안자인 C 교수는 “원래 친일잔재 청산에 주력했던 것은 영산강보다 만경강이었다”며 “영산강에 대한 기초조사가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광복 60주년 기념위는 “선정결과가 정부 차원에서 공식 확정된 것은 아니므로 관계기관과 지자체의 전문 고증을 다시 거치겠다”고 말했지만 “으뜸상 선정 자체를 취소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정은령 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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