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징용 한국인 수당지급 ‘우롱’

  • 입력 2005년 8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에 징용돼 혹사당한 한국인에게 일본 정부가 60년 전 액면가로 후생연금 탈퇴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사회보험청은 지난해 11월 여운택(呂運澤·82) 씨에게 “후생연금 탈퇴수당 316엔을 통장에 입금했다”고 알려왔다.

여 씨는 “광복 당시라면 소 6마리를 살 수 있는 돈이지만 지금은 국수 한 그릇 값에 불과하다”고 분개했다.

그는 1943년 일본 최대의 철강회사인 일본제철(현 신일본제철) 오사카(大阪)제철소에 징용돼 기중기를 다루었다. 회사 측은 “돈을 주면 낭비한다”며 임금 대부분을 강제 저축하도록 했다.

일본제철은 광복 후인 1947년 징용근로자 등의 ‘미지불 임금’을 일본 정부에 공탁했다. 이 사실을 안 여 씨는 1997년 미지불 임금 495엔을 당시 물가로 환산하고 위자료를 덧붙여 1900만 엔(약 1억90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일본 정부와 일본제철을 상대로 냈다.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한일국교 정상화 때 일괄 정산됐다”며 여 씨의 패소를 확정했다.

여 씨는 이 소송 과정에서 1942년부터 3년 3개월간 후생연금에 가입한 사실을 알고 작년에 연금 탈퇴수당 지급을 신청해 결국 원금 316엔을 받게 된 것.

이에 대해 일본 사회보험청은 “탈퇴수당 관련 규정에 시가 환산 등 재평가 조항이 없다”고 변명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인 징용근로자의 후생연금 탈퇴수당과 관련해 ‘한일 수교 시 청산됐다’는 태도를 취해 오다 1996년 법 해석을 바꾸어 종전 당시 액면가만 지급해 오고 있다.

1994년 일본 정부는 대만 출신 군인·군속의 미지불 임금과 군사우편저금 등에 대해 종전 당시 액면가의 120배로 환산해 지급한 바 있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