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투기 때문에 景氣를 포기해선 안 된다

  • 입력 2005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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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경제부총리는 그제 “이달 말 발표될 부동산 종합대책이 건설경기 회복에 기여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건설경기를 포기하더라도 투기는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투기만은 잡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해야 한다는 데는 반론(反論)의 여지가 없지만 그렇다고 건설경기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투기를 잡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버려도 좋다는 양자택일의 논리는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분배를 위해서는 성장을 희생시켜도 좋다는 식의 경제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알 만한 국민은 다 안다.

우리 경제는 경기 침체와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위기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미(韓美) 간 정책금리가 역전되고 시장금리가 오르는데도 콜금리(은행 간 단기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제가 어렵다. 7월 청년실업률은 8.3%에 이르렀고 취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정부가 분배 개선을 강조하면 할수록 결과는 거꾸로 나타나고 있다. 절대 빈곤층이 315만 명이나 되는 등 빈곤층이 전체 인구의 8.5%인 401만 명을 헤아리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투기만을 단기적으로 잡기 위해 건설경기를 희생시킨다면 초(超)고강도 투기억제책 때문에 투기자들이 받을 타격보다 경기 실종에 따라 다수 서민이 겪어야 할 고통이 훨씬 클 우려가 높다.

총체적 경제난국의 해소는 부동산 대책이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부분적이고 단편적인 대책으로는 어렵다. 성장과 효율에 초점을 맞추어 경제정책 방향을 수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정책 조합을 내놓아야 투기도 잡고 경제도 살릴 수 있다. 예컨대 수도권 투자 규제를 완화하여 기업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확대를 꾀하는 편이 경기 회복과 빈곤층 구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무분별하게 벌이기만 해 온 지역균형개발사업을 재조정한다면 지금의 투기 광풍을 상당 부분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다.

한 부총리는 이 같은 정책 전환에 리더십을 보여 주기 바란다. 노 대통령과 여권(與圈)은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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