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광복 60년’잘 알고 있다고?

  • 입력 2005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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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앞두고 관련 서적들이 많이 나왔다. 일제의 침략 과정, 이 땅 곳곳에 남아 있는 침략의 흔적, 그리고 그 힘겨운 세월을 견뎌온 보통 사람들의 안타까운 기억…. 주요 신간들을 소개한다.

○ 고통의 기억, 광복의 기억

일제 침략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조차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특히 그 시대를 경험한 보통 사람들의 기억은 더없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고통의 역사’(정근식 지음·선인)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당시 피해를 보았던 한국인 21명의 증언록이다. 징용 때문에, 또는 생계를 위해 히로시마에 있었던 사람들. 그들이 전하는 피폭의 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 피폭을 딛고 살아온 그들의 광복 이후의 삶은 또 얼마나 처절했을까.

‘8·15의 기억’(문제안 등 지음·한길사)은 광복의 순간을 경험했던 40명의 이야기. 광복 하루 전에 일본의 항복 방송을 준비하라고 지시받았던 경성방송 기자, 광복 직후 치안대원으로 활동했던 사람, 일본인 경찰의 아들로 태어나 연합군 포로가 됐다 귀국한 일본인, 유관순 열사의 친구로 독립운동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말하는 광복 전후의 풍경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 두 권의 책은 광복 전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1차 사료가 될 것이다.

○ 흔적을 통해 근대사의 비애를 읽는다

이 땅에 남아 있는 일제의 흔적은 우리를 분노하게 한다. 그러나 분노 못지않게 그 실상을 제대로 아는 것도 중요하다.

‘그들은 정말 조선을 사랑했을까’(이순우 지음·하늘재)는 ‘영친왕이 일본식 호칭인지’ ‘사이토 총독, 그는 정말 조선을 사랑했을까?’ 등 31개 항목에 걸쳐 일제 잔재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바로잡아 준다.

예를 들면 이렇다. 일제가 경복궁에 지었던 조선총독부 건물(1996년 철거)이 ‘日(일)’자 모양이고 서울시청 건물이 ‘本(본)’자 모양이라는 통념. 저자는 이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이 땅에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 흔적의 배경을 치밀하게 추적한 점이 돋보인다.

‘사진으로 본 일제시대의 잔영’(이서규 지음·지식의날개)은 부산 대구 대전 지역에 남아 있는 일제 건축물 등을 답사한 책. 일제 때 지어진 부산의 한 요정이 지금도 일본식 요정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야기, 거제시청에 보관 중인 러일전쟁 승전비 이야기, 유달리 붉은색 벽돌을 좋아했던 일본인들의 붉은색 콤플렉스 이야기 등등.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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