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꾼 아이칸, 타임워너에 군침

  • 입력 2005년 8월 12일 04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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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아이칸 씨
칼 아이칸 씨
‘기업사냥꾼(Corporate Raider)’이 돌아왔다.

1980년대 무자비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전략을 구사하며 미국 기업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기업사냥꾼들이 최근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

요즘 가장 부상하고 있는 기업사냥꾼은 칼 아이칸 씨. 20여 년 전 나비스코, 텍사코 등 대기업을 상대로 적대적 M&A 공세를 펼쳤던 아이칸 씨가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의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11일 보도했다.

5월 1억 달러를 투자해 타임워너 총주식의 0.1%를 사들인 아이칸 씨는 이달 들어 이 회사 주요 주주들을 연달아 접촉하며 추가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이칸 씨가 접촉한 주주 중에는 타임워너그룹 이사이자 CNN 전 회장인 테드 터너 씨도 포함돼 있다.

20억 달러의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는 아이칸 씨가 타임워너 주식을 얼마나 사들였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요 경영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5% 선이 목표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이칸 씨는 얼마 전 미국 최대 비디오 대여업체 블록버스터의 지분을 10% 이상 사들인 뒤 이 회사 이사진을 자기 마음대로 갈아 치우기도 했다. 이에 앞서 5월에는 아이칸 씨와 더불어 미국 최고의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커크 커코리언 씨가 미국 최대의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의 지분 8.9%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이칸 씨와 커코리언 씨의 공략 대상이 된 회사의 공통점은 기초는 튼튼하지만 경영 실패로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실제 미국의 간판기업인 GM과 타임워너는 최근 수년 동안 경영상태가 급속하게 악화되면서 기업사냥꾼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신세가 됐다.

이들의 전형적 전략은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아예 경영권을 인수하든지, 아니면 주가를 다시 올리도록 회사에 구조조정 압력을 넣는 특징을 보여 왔다. GM과 타임워너의 경우 ‘거대한 덩치’ 때문에 쉽게 적대적 인수를 당하지는 않겠지만 이들에 의한 고강도 구조조정 압력에서는 쉽게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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