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살려야 한국축구 산다]<하>선진국 리그 보고배우자

  • 입력 2005년 8월 12일 03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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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프로축구계는 부천 SK의 자생력 확보 프로젝트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순기 부천 단장은 “재정 자립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투자 대비 효율성을 높이면서 팬들을 즐겁게 하는 구단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구단도 ‘돈 먹는 하마’에서 탈피해 재정 자립 프로그램을 잇달아 시행할 전망이다.

● 흑자운영 위해 전문경영인 영입할 때

시민구단인 인천 유나이티드의 안종복 단장은 “국내 프로축구도 얼마든지 흑자경영이 가능하다”고 장담한다.

인천은 GM대우에서 20억 원, 포스코건설에서 10억 원을 후원 받고 최태욱(시미즈 S펄스)을 일본에 이적시키면서 받은 16억 원 등 46억 원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후반기에도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출신 라돈치치(일본에서 150만 달러 제시) 등을 보내면 1년 최소 운영비 80억 원 이상이 나온다는 계산.

그런데 흑자경영을 위해선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 축구라는 상품의 질을 높이고 적절한 마케팅으로 흑자를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국내 프로축구판엔 거의 없는 실정이다.

● 선수몸값 거품 빼고 장기비전 세워야

1993년 출범한 일본프로축구 J리그는 5, 6년간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장기불황이 겹치면서 1990년대 후반 위기에 빠졌다. 그러자 J리그 사무국은 ‘스포츠를 통해 일본을 더욱 행복한 나라로 만들자’는 100년 대계 슬로건을 내걸고 경영의 투명성, 전문 축구경영인 육성, 경영자문위원회 설립, 클럽 주주의 다양화 등 새로운 운영방침을 세워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였다. 사무국이 지속적으로 구단들과 지방자치단체를 설득했고, 결국 일부 구단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구단을 흑자경영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선수 비용의 거품을 빼기 위한 노력에도 J리그 사무국과 구단이 힘을 합쳤다. 선수 등급을 A, B, C 등으로 나눠 연봉 상한선을 정했다. 구단별로 선수 등급을 10등급으로 나눠 연봉 기준으로 삼는 독일 분데스리가를 벤치마킹한 것. 선수들도 J리그를 살리기 위해 적극 동참했다.

1993년 출범한 J리그가 100년이 넘는 유럽의 축구 선진국 못지않게 모범적인 리그 운영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장기 비전을 세우고 함께 살기 위해 힘을 합쳤기 때문이다.

강준호(스포츠경영학) 서울대 교수는 “국내 프로축구계가 지금이 얼마나 위기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눈앞의 성적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한 배를 타고 있다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하루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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