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帝, 순종 항의에 환관 대신 앉혀

  • 입력 2005년 8월 12일 03시 08분


코멘트
1907년 伊잡지에 실린 日帝 ‘순종 대리 즉위식’대한제국 시절 일제가 대리인을 내세워 열었던 순종황제 즉위식 모습을 생생히 담은 그림이 발견돼 11일 공개됐다. 1907년 7월 20일 서울 경운궁(현재의 덕수궁) 중화전에서 열렸던 순종황제의 즉위식 장면을 그린 이 그림은 이탈리아 잡지 ‘라 트리부나 일루스트라타’ 1907년 8월 4일자 표지에 실렸던 것. 순종황제가 아버지인 고종황제를 강제 퇴위시킨 데 항의해 불참하자 일제가 대리인을 앉혀 놓고 즉위식을 열었음을 그림 속 황제 자리에 앉은 녹색 복장의 환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료 제공 이태진 서울대 교수
1907년 伊잡지에 실린 日帝 ‘순종 대리 즉위식’
대한제국 시절 일제가 대리인을 내세워 열었던 순종황제 즉위식 모습을 생생히 담은 그림이 발견돼 11일 공개됐다. 1907년 7월 20일 서울 경운궁(현재의 덕수궁) 중화전에서 열렸던 순종황제의 즉위식 장면을 그린 이 그림은 이탈리아 잡지 ‘라 트리부나 일루스트라타’ 1907년 8월 4일자 표지에 실렸던 것. 순종황제가 아버지인 고종황제를 강제 퇴위시킨 데 항의해 불참하자 일제가 대리인을 앉혀 놓고 즉위식을 열었음을 그림 속 황제 자리에 앉은 녹색 복장의 환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료 제공 이태진 서울대 교수
순종황제의 강제 즉위식 등 대한제국 시절 전후의 모습을 보여 주는 희귀한 그림들이 발견됐다.

서울대 이태진(李泰鎭·한국사) 교수는 11일 미국의 한국사 연구자인 캐럴 쇼 씨가 최근 미국에서 찾아내 기탁한 그림들을 공개했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탈리아 잡지 ‘라 트리부나 일루스트라타’ 1907년 8월 4일자 표지에 실린 순종황제 즉위식 그림. 일제는 대한제국의 고종황제를 강제 퇴위시킨 뒤 1907년 7월 20일 병력을 동원해 서울 경운궁(慶運宮·현재의 덕수궁)을 포위한 채 중화전에서 순종황제의 즉위식을 가졌다. 그러나 순종황제는 그 자리에 없었다. 일제의 강요에 의한 즉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 참석을 거부한 것이다. 일제는 순종황제 대신 어좌(御座)에 대리인을 앉혀 즉위식을 강행했다. 이런 사실은 그간 사료를 통해 알려져 온 바이지만 이 그림을 통해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확인된 것.

이 교수는 “초록색 관복을 입은 것으로 보아 어좌에 앉은 사람은 환관(宦官)으로 추정된다”면서 “그린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제에 의한 강제 즉위식 상황을 보여 주는 귀중한 그림 사료”라고 평가했다.

美誌에 실린 ‘자리 빼앗는 日軍’
1904년 서울에 진주한 일본군이 전차를 타고 있는 조선인을 강제로 끌어내리고 자리를 빼앗는 장면을 그린 그림. 자료 제공 이태진 서울대 교수

이 교수는 또 1904년 초 일본군이 전차를 타고 있는 조선인을 강제로 끌어내리고 자리를 빼앗는 장면을 담은 그림(미국 사진잡지 ‘블랙 앤드 화이트’ 1904년 2월 13일자) 등도 공개했다. 그는 “1904년 2월 러-일전쟁 발발 당시 서울에 진주했던 일본군이 군사 작전을 위해 전차를 징발하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 그림은 서울대출판부에서 올해 말경 출간 예정인 쇼 씨의 저서 ‘The Foreign Destruction of The Kingdom of Korea:1904∼1907’에 수록될 예정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