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 “3당합당 전후 YS에 40억+α 전달”

  • 입력 2005년 8월 12일 03시 08분


코멘트
“1990년 3당합당을 전후해 당시 노태우(盧泰愚) 대통령이 김영삼(金泳三) 통일민주당 총재에게 세 차례에 걸쳐 40억 원+α의 정치자금을 전달했다.”

당시 노 대통령의 정책보좌관 및 정무1장관 등을 지낸 최고 실세였던 박철언(朴哲彦) 전 의원이 11일 발간한 회고록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5공, 6공, 3김 시대의 정치비사’에서 이같이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박 전 의원은 회고록에서 “1989년 5월 30일 YS 차남 현철(賢哲) 씨의 상도동 아파트에서 소련 방문을 앞둔 YS에게 20억 원(1억 원짜리 수표 20장)과 여비 2만 달러를 직접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1989년 12월 20일 노 대통령의 ‘연말 성의’ 명목으로 10억 원(1000만 원짜리 수표 100장)을 자신이 직접 YS에게 전달했고, 1990년 3당합당 직후 설을 앞두고 10억 원을 다시 건넸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의원은 특히 당시 전달했다는 수표의 발행은행과 지점, 발행일자, 수표번호, YS와의 대화 요지 등을 적은 메모 사본도 회고록에 공개했다.

3당합당은 1990년 1월 여당인 민정당과 제2야당이던 통일민주당, 제3야당이던 김종필(金鍾泌)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합쳐 민주자유당을 창당해 김대중(金大中) 총재가 이끄는 제1야당인 평화민주당을 고립시킨 정치적 사건. 3당합당 과정에서 정치자금이 오갔다는 주장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중간평가의 유보를 결정하는 과정에도 YS가 적극 협력했다고 주장했다. “1989년 3월 16일 YS를 만났을 때 YS는 ‘중간평가를 위한 준비는 완료됐지만 적절한 시기에 시행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내용으로 중간평가 연기 발표문을 작성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는 것.

YS 측은 이에 “처음 듣는 얘기지만 YS에게 앙심을 품어온 박 전 의원의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 정치적 음해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박 전 의원은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이 1986년 9월 장세동(張世東) 당시 중앙정보부장 등에게 ‘친위 쿠데타’ 감행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계엄 조치 이후 국회 해산과 개헌을 목표로 한 이 쿠데타 계획은 ‘비상선진계획’으로 불렸으며, 그해 11월 초 감행할 예정이었으나 11월 5일 미국 의회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석권하는 바람에 국내 ‘권력핵심’의 분위기가 바뀌어 무산됐다고 박 전 의원은 주장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