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은총재 “경기회복 확인되면 즉시 금리인상”

  • 입력 2005년 8월 12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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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콜금리를 동결했지만 경기회복이 궤도에 오르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권주훈  기자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콜금리를 동결했지만 경기회복이 궤도에 오르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권주훈 기자
한국은행은 11일 8월 콜금리(금융기관 간 초단기 자금 거래 금리)를 연 3.25%에서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9개월째 동결이다.

그러나 저금리 정책을 바꿔 향후 콜금리를 올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박승(朴昇) 한은 총재는 이날 “경기가 완만하지만 회복되고 있어 하반기에는 당초 예상대로 경기회복세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회복이 본궤도에 진입한다는 확신이 들면 지체 없이 통화정책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오랜 저금리에 따른 부동산값 급등 등 자산 배분의 왜곡,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 등 부작용을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총재는 “6월까지의 경제지표를 종합해 보면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등 실물경제 회복 속도가 완만한 데다 설비투자도 부진했지만 7월부터 달라지고 있다”며 “하반기 4.5%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총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런 추이를 ‘깊은’ 관심을 갖고 주시할 것”이라며 “물가가 안정된 상태라 하더라도 경기나 자금 흐름 등에서 충분한 근거가 있다면 금리 인상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심스러운 경기 낙관론을 근거로 4분기(10∼12월) 이후 콜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앙대 홍기택(洪起澤·경제학) 교수는 “저금리 때문에 부동산값 급등, 시중자금의 단기화 현상이 심각하다”며 “자산 배분의 왜곡이 더 심해지기 전에 금리정책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익대 박원암(朴元巖·경제학) 교수는 “정부는 하반기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지만 문제는 경기회복세의 강도”라며 “유가와 환율 등 불안요소가 있어 하반기 경제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한은이 6∼12개월 내 콜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 섀론 램과 앤디 셰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가 아직 ‘진짜 바닥(real bottom)’에 이르지 않았다”며 “만약 경제가 회복세에 있다고 해도 회복 속도가 원하는 수준에 비해 매우 더디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1%포인트 하락한 연 4.36%를 기록했다. 채권 딜러들은 “8월 콜금리 동결, 향후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 등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어서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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