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스파이서 中 스파이로…美 FBI, 타깃이 변했다

  • 입력 2005년 8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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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에 ‘정보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미국에서 첨단기술 정보를 빼내려는 중국 산업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대대적인 작전을 벌이고 있다.

FBI는 최근 56개 지부에 수백 명의 방첩요원을 보강했다. 과거 러시아 스파이 색출 임무를 맡았던 베테랑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방첩 전담팀도 재가동하고 있다. FBI 방첩담당자는 “과거 최대 위협국이던 옛 소련의 자리를 중국이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검찰은 중국에 대한 기술유출 혐의로 10여 건을 기소 중이다. FBI는 미국 내 중국 산업 스파이 적발 건수가 매년 15%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리고 있다고 의심되는 미국 내 중국계 회사만 3000여 개. 첨단 정보기술(IT)기업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록히드마틴 등 방위산업체에 이르기까지 중국 스파이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중국 위협론’에 사로잡힌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지나치게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1999년 핵무기 정보 유출 혐의로 체포됐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대만 출신 과학자 리원허(李文和) 박사가 대표적 사례. 또 적외선 카메라 등 일반 가전제품에도 적용되는 기술을 중국에 수출하려던 중국 사업가들을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기술을 빼돌렸다며 체포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미 정보기관의 ‘정보위협 핸드북’의 내용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이 책자는 “중국은 잘 훈련된 스파이보다는 유학생, 사업가, 언론사 통신원 등 민간인들이 조금씩 모은 정보를 취합해 가치 있는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을 찾는 중국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게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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