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동산정책, 홍보에 세금 안 써서 실패했나

  • 입력 2005년 8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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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달 말 내놓을 부동산 대책을 홍보하는 데 세금 43억7000만원을 쓰기로 했다. 이에 대해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언론과 정부의 의견이 반드시 같지는 않아 정부 차원의 홍보와 광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보를 아무리 많이 해도 현실을 무시한 정책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현 정부가 숱하게 입증해 왔다.

그동안 부동산 투기 근절에 실패한 것은 홍보 부족 때문이 아니라 정책이 엉뚱했기 때문이다. 지역균형개발을 한다며 전국을 땅 투기장으로 만들고, 공급을 외면한 수요억제책으로 강남 집값을 올려 놓았던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쓰겠다는 홍보비 가운데 37억 원은 방송광고 등에, 나머지는 세미나와 실태조사 등에 쓴다고 한다. 15일부터 대책 발표 전까지는 부동산투기 근절의 필요성과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홍보하고, 대책을 내놓은 뒤엔 내용을 설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정책의 표적인 부동산 투기자들이 정책 내용을 몰라서 투기를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까. 이들은 정부가 따로 돈 써 가며 홍보를 하지 않아도 정책이 미칠 영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반응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이번의 ‘특별 홍보’는 부동산 투기와 관계없는 대다수 국민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투기는 나쁘다는 사실을 몰랐다가 정부의 홍보 덕에 알게 될까.

정부는 별도 홍보비를 세금에서 꺼내 쓰지 않더라도 국민에게 정책을 알릴 수단은 얼마든지 갖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은 독자와 시청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지 않고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 기능도 언론의 역할이자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다. 정부가 이런 점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43억여 원의 세금을 아껴 더 유익한 곳에 쓰면서 바른 정책을 내놓는 데 주력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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