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양수길/부산APEC, 대외전략 정비 계기로

  • 입력 2005년 8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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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성장과 산업고도화의 궤도에 올라 전진하도록 이끌어 준 것은 수출과 외국인 투자였다. 이러한 대외지향적 발전모델을 성공적으로 추구한 덕분에 우리 경제가 오늘의 수준에 이르게 되었고 지난 수년간에는 내수의 침체 속에서도 성장의 불씨를 살려 올 수 있었다.

개방주의적 발전 모델은 앞으로도 유지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지금 국내적으로 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방안을 두고 여러 가지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우리의 개방주의적 경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대외협력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일이다. 그간 우리는 이러한 대외관계를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주무대로 삼아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그러한 관계가 수년 전부터 구조적으로 약화되기 시작해 흔들리고 있다. 100일 후 부산에서 노무현 대통령 및 외교통상부 장관 주재 아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외교통상장관회의가 개최된다. 우리는 이를 우리의 대외협력관계의 현황을 점검하고 대외전략을 정비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우리 경제는 미국과 일본을 파트너로 삼아 안보적, 경제적 협력관계를 발전시켰다. 1980년대 이후 중국 등 동아시아 전역에 경제발전이 확산되기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 우리의 대외경제관계도 이들을 편입시키는 방향으로 다변화되어 왔다.

특히 일본을 포함하는 동아시아 국가들과는 무역과 투자를 통해 복잡한 분업구조를 전개시키며 하나의 거대한 산업생산블록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생산블록이 그 최대시장이고 또 최대 직접투자국인 미국에 의해 견인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아태지역경제의 공동체적 구조이다. 우리는 그 속에서도 미국, 일본 및 중국의 3대 경제에 가장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구조가 약화되는 반면 미국의 일방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 자신이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는 다자간 국제질서를 불신하고 각종 쌍무적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함으로써 자국 중심으로 국제무역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어 동아시아 국가들은 그들 나름의 지역경제협력을 모색하고 있으며 제각기 수많은 FTA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대중(對中) 적자를 근간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어 이것이 미중 간 통상마찰을 초래하고 있다. 대만문제도 양국 간 긴장을 고조시킨다. 또 동아시아협력 주도권 경쟁, 역사교과서와 영토문제로 인한 분규, 그리고 각국 내 민족주의 감정의 대두로 인해 중국과 일본 간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한일 간에도 유사한 분규가 점화되었다.

한마디로 횡(橫)태평양관계가 약화되고 있으며 그 결과 우리의 경제발전모델을 받쳐 주는 대외관계 구도가 흔들리는 것이다. 문제의 근저에는 주위의 3대 강국 즉 미국, 일본, 중국의 소승적 자국 이기주의가 깔려 있다.

대외전략의 목표를 이들이 이러한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상호 신뢰와 협력의 3자 관계를 추구하게끔 설득하는 것으로 잡고 이를 위해 APEC가 지향하는 아태 경제공동체의 비전을 정립해 활용해야 한다. 그러한 협력의 간사국을 자처하며 우리 스스로 이들 각국과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능동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이 모든 것에서 동남아국가들과 연대해야 한다. 동북아의 균형자도 좋지만 아태지역의 핵심 소프트파워가 되자는 것이다. 부산 APEC회의는 이러한 새로운 대외관계의 첫 장을 열 수 있다.

양수길 국가경영전략포럼 대표 前OECD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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