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책금리 역전… 외국인투자가 어디로 갈까

  • 입력 2005년 8월 1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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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9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연방기금 금리를 3.5%로 0.2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국내 증시의 관심이 외국인투자가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 결정을 앞두고 외국인들은 9일까지 거래소에서만 4일 연속 순매도(매도 금액이 매수 금액보다 많은 것)하며 약 1800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막상 금리 인상이 결정된 10일에는 683억 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외국인투자가들이 어떤 투자 행태를 보일 것인지가 증시의 관심사다.

○ 미국 금리 인상은 ‘양날의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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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책금리가 높아지면서 3.25% 수준인 한국의 정책금리를 웃도는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금리는 돈을 빌려주거나 받을 때 적용하는 이자로 결국 ‘돈의 가치’를 뜻한다. 따라서 금리가 높은 나라일수록 돈이 더 귀하게 쓰이며 돈의 가치도 높다는 뜻이 된다.

금리 역전으로 미국에서의 돈의 가치가 한국보다 높아졌기 때문에 한국에 머무르던 외국인투자가의 자금이 미국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이는 분명 증시에 큰 부담이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은 역으로 그만큼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청신호일 수도 있다.

이처럼 미국의 금리 회복은 양쪽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10일 한국 증시는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금리 인상은 증시에 부정적이라는 해석이 더 많다.

따라서 미국이 앞으로 금리를 얼마나, 어떤 속도로 더 올릴 것이냐가 증시의 주요 관심사다.

FRB는 9일 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신중한 금리 인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신중한’에 무게가 실린다면 증시의 부담은 줄어들 것이고, ‘금리 인상’에 무게가 실린다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 금리 인상과 외국인

문제는 올해 한국 증시의 상승세가 기초체력(펀더멘털)보다 풍부한 ‘돈의 힘’에 의해 오른 면이 강하다는 점. 미국 금리 인상으로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시작된다면 단기적인 주가 하락 압력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2003년 3월 이후 대세 상승장 가운데 4차례 나타난 단기 조정국면은 모두 외국인투자가의 순매도 전환으로 촉발됐다.

물론 과거와 달리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투자가의 영향력이 다소 약해진 것은 사실. 올해 상승장에서 최고 수익을 올린 것도 외국인이 아니라 국내 기관투자가였다.

따라서 과거처럼 외국인이 주식을 판다고 증시가 공황(패닉) 상태에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큰 만큼 이들의 주식 매도는 어떤 식으로건 증시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9, 10일 주가가 올랐지만 이를 본격적인 상승 추세의 시작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최소한 외국인이 중립적인 시각을 지켜줘야 종합주가지수 최고기록 돌파 등 증시의 본격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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