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진 문화재청 비난여론 들끓어

  • 입력 2005년 8월 10일 16시 44분


코멘트
‘도요토미 히데요시 운하라고?’

문화재청이 경남 통영의 해저터널에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경칭(敬稱)과 관련된 ‘통영 태합굴(太閤堀) 해저도로’라는 예고명칭을 붙여 여론의 호된 뭇매를 맞고 있다.

터널 이름에 붙여진 태합(太閤)은 ‘살아도 죽어도 따라야 하는 지엄한 권력자’란 뜻으로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신하들에게 자신을 부를 때 쓰도록 만든 극존칭이다.

이에 현재 문화재청 홈페이지에는 ‘통영해저터널의 예고명칭을 당장 바꾸라’는 항의 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서진경 씨는 “통영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을 비롯해 조선의 수군들이 왜적에 맞서 싸우던 곳”이라며 “문화재청은 국민 정서와 나라의 위상을 생각해서라도 빨리 이름을 바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미애 씨도 “충무공이 아시면 지하에서 통곡하실 일”이라며 “최근 TV드라마를 통해 도요토미를 ‘태합’이라고 부르는 것을 봤다. 문화재청은 최종심의에서 민의를 반영한 좋은 이름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또 일제식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려는 문화재청의 안일한 역사인식을 탓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진규 씨는 “도대체 문화재청은 어느 나라의 문화재를 관리하는 곳이냐”며 “문화재청의 문제인지 자문위원들의 역사인식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문화재청에는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충섭 씨도 “문화재청은 직원들에게 역사관 교육부터 시키라”며 “문화유산의 이름을 아무런 고민 없이 정한다면 목숨까지 내걸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던 선열들에게 너무도 송구스러운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일부는 문화재청의 이번 결정에 대해 대국민 사과까지 요구했다.

김명희 씨는 “이번 일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굉장히 불쾌한 일”이라며 “처음 명칭을 정할 때 신중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별도로 통영시와 역사학계에서는 예고명칭을 정정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지난 5일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 직원은 “주민들이 오랜기간 ‘통영태합굴’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경남도의 보고서와, 문화재청 전문가들의 현지조사를 통해 이름을 붙였다”며 “등록문화재의 명칭은 시원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규정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는 “예고기간 중 붙여진 이름은 어디까지나 가명칭”이라며 “9월에 예정인 문화재 위원회 심의에서 지금까지 제기된 국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서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