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폭풍은 알라의 분노라는데…바그다드 유령의 도시로

  • 입력 2005년 8월 1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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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폭탄 테러로 조용한 날이 없었던 이라크가 8일 기분 나쁜 황색 먼지 바다의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사막에서 불어오는 강력한 모래폭풍 소리에 주민들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수도 바그다드에 살고 있는 알리 알 야시리(33) 씨는 “태어나서 지난밤처럼 무서웠던 적은 없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아침에 밖에 나가보니 1, 2m 앞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상점도 문을 닫았다. 아메드 말리크 씨는 “마치 유령 도시 같다”고 말했다. 병원은 호흡기 장애를 호소하는 어린아이와 노인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슬람 세계에서 모래폭풍은 ‘알라의 분노’로 불린다. 이라크에서 봄 여름철 모래폭풍은 흔한 것이지만 이날 모래폭풍은 지난 2년 중 가장 지독한 것이었다. 모래폭풍은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헌법초안회의까지 묻어버렸다. 회의에 참석하기로 돼 있던 쿠르드족 지도자 마수드 바르자니가 북부 아르빌에 몰아닥친 모래먼지에 갇혀 꼼짝하지 못한 것이다. 이날만은 폭탄 테러 소식도 없었다.

2003년 봄에도 이날 못지않은 강력한 모래폭풍이 불었다. 당시 이라크를 침공한 미군은 바그다드를 눈앞에 두고도 진격을 며칠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1991년 미군이 처음 이라크로 진격해 들어갔을 때의 작전명은 ‘사막의 폭풍(Desert Storm)’이었다. 모래폭풍이 이라크 지역 군사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의미와 거친 모래폭풍처럼 진격해 들어간다는 뜻을 함께 담고 있다.

이라크가 위치한 아라비아반도는 산악지대인 이란과 달리 평야지대여서 심한 일교차로 모래폭풍이 자주 발생한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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