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들 “누굴 위한 전쟁이냐”…포털, 검색서비스 경쟁

  • 입력 2005년 8월 1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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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동 떡볶이 중 가장 맛있게 하는 진짜 원조 집은?”, “일반 상대성이론과 특수 상대성이론의 차이는?”

사람들은 더 이상 두툼한 백과사전을 뒤지지 않는다. 각종 정보를 찾기 위한 인터넷 검색은 일상이 됐다. 검색 시장의 규모가 큰 만큼 네이버, 다음, 야후코리아, 엠파스, 파란 등 각 포털 사이트는 시장 장악을 위해 사투 중이다. 이정은 야후코리아 검색팀 이사는 “검색 서비스를 중심으로 포털 사이트가 돌아가기 때문에 검색 1위 업체가 곧 포털 1위 업체, 나아가 미디어 장악력 1위가 된다”고 말했다. 2002년 이전 포털 업계 3, 4위 업체였던 네이버는 2002년 검색서비스 ‘지식in’을 시작해 2004년 1위 업체로 떠올랐다.

○ 정보 공유 vs 정보 도둑질

각 포털 사이트가 검색 서비스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광고 때문. 국내 전체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검색 키워드 광고(검색 결과가 나오는 화면에 관련업체 광고가 노출되도록 하는 광고 기법)가 차지하는 비율은 70%(2005년 추산치)에 육박한다.

이런 검색 시장에 최근 일대 파란을 몰고 온 것이 엠파스의 ‘열린 검색’ 서비스. 엠파스는 6월 이후 자사 정보뿐 아니라 다른 포털 사이트 지식검색과 블로그에 있는 정보까지 보여 주고 있다. 이 서비스가 도입되자 다른 포털 사이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엠파스 측에서는 “누리꾼(네티즌)들이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주장하지만 네이버 등 다른 포털 사이트는 “지식검색이나 블로그에 올린 정보의 주체가 포털 사이트가 아니라 누리꾼인 것은 인정하지만 제반 환경을 관리하고 내용에 책임을 져 온 것은 포털”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 관련 정보는 엠파스를 경유한 실시간 정보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 엠파스 측은 “네이버가 ‘열린 검색’을 막았다”고 주장하지만 네이버 측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스팸을 차단하다 보니 일부 접근이 안 되는 것일 뿐 일부러 막은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 재주는 누리꾼이 넘고 돈은 포털 사이트가 번다?

문제는 포털 사이트 간 싸움에 정작 인터넷의 주체인 누리꾼들은 소외돼 있다는 것.

검색하면 결과가 담긴 웹 페이지 위치를 보여 주는 외국 검색 사이트와 달리 네이버 등 한국의 주요 포털 사이트는 누리꾼끼리 묻고 답한 정보를 그대로 보여 주는 ‘지식검색’류 정보가 주류를 이루는 것이 특색이다. 검색 서비스 중 지식검색이 발달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누리꾼 이태훈(31·회사원) 씨는 “지식검색이나 블로그에 있는 정보 자체가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것 아니냐”며 “포털 사이트들이 자신들의 정보인 양 전권을 휘두르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은 네이버가 지식검색 주소를 바꾸고 시스템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개인 블로그에 연결했던 많은 지식검색 정보들이 사라졌다고 불평하고 있다.

엠파스 ‘블로그 열린 검색’(7월 6일 시행)이 공개를 원하지 않은 다른 사이트 블로그까지 검색하는 데 대한 불만도 잇따른다. 엠파스 블로그 게시판에는 “제 네이버 블로그, 검색되고 싶지 않다고요. 삭제해 줘요”라는 항의글이 올라와 있다.

이 과정에서 포털 사이트가 ‘이용자의 자유 보장’이라는 인터넷 미디어로서의 의무를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안종대(신문방송학) 한세대 교수는 “포털 사이트 운영자들은 수익만 중시할 것이 아니라 인터넷 이용자 스스로 공개 비공개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누리꾼의 자유를 어떻게 보장할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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