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TV리뷰]KBS2 상상플러스 ‘올드&뉴’의 10대 용어

  • 입력 2005년 8월 1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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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정말 지대야!”

혹시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그걸 안다면 당신은 10대나 20대 초반임이 틀림없습니다. “‘지대’는 토지 사용을 대가로 토지 소유주에게 내는 임차료(지대·地代)를 뜻하므로 이 문장은 어법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30대 이상일 가능성이 큽니다.

‘오나전’은 어떨까요. 30대 후반인 저는 ‘오나전’이 과연 한국어인지조차 헷갈립니다.

이 말들은 KBS 2TV ‘상상플러스’(화 오후 11시 5분·사진)의 세대공감 ‘올드&뉴’ 코너에 나온 말들입니다. 이 코너는 10대가 즐겨 쓰는 말 가운데 어른들이 모르는 말, 반대로 어른들은 알지만 10대에겐 생소한 말을 문제로 내 참가자들이 맞히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자, 이제 정답을 알아볼까요.

‘지대’는 ‘최고 또는 대세’라는 뜻입니다. ‘제대로’에서 파생돼 의미가 변화한 것입니다.

‘오나전’은 ‘완전’이라는 의미로 인터넷 세대 언어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완전’을 컴퓨터 타자로 치다 보면 ‘오나전’이라고 오타가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을 그대로 쓰기 시작한 겁니다.

10대들은 단어를 축약하는 데 능합니다. 출첵(출석체크)이나 불펌(인터넷에서 자료를 올린 사람의 허락 없이 딴 곳으로 옮기는 행위) 열공(열심히 공부하자) 등 인터넷과 문자메시지 등 말보다 자판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이들은 말의 ‘낭비’를 최대한 줄여버린 겁니다.

반대로 10대가 모르는 단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회수권’. 이 단어는 30대 이상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학생들이 버스를 탈 때 냈던 차표죠.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학생들 주머니에 항상 들어있던 것이고 10장짜리 회수권 한 묶음을 11장으로 자르는 기술이 유행하기도 했었는데 요즘 10대는 모릅니다. 마수걸이, 넝마주이, 부지깽이, 깜냥, 자리끼, 주전부리, 터울 등도 10대들 대부분이 짐작하지 못했던 단어였습니다.

담당 PD에 따르면 ‘올드&뉴’의 분당(分當) 시청률이 다른 코너보다 3∼4%포인트 높게 나온답니다. 이 코너의 인기는 세대 간에 뜻이 통하지 않는 말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이 코너를 보면서 진정한 대화는 서로에게 ‘입 높이’를 맞춰가려는 따뜻한 관심과 함께 시작됨을 깨닫게 됩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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