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손택균]수입식품 검사기관 잘못 별것 아니라니…

  • 입력 2005년 8월 1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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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청은 9일 오전 예정에 없던 ‘참고 자료’를 출입기자단에 배포했다. 수입 식품의 1단계 위생 검사를 위탁 대행하는 8개 사설 검사기관의 실험실 관리 실태에 관한 내용이었다.

유효 기간이 3년이나 지난 실험 용지를 쓴 연구소, 여러 검체를 철저히 구별해 관리하지 않고 뒤섞어 실험한 기관, 검사 결과 기록을 보관하지 않은 경우까지…. 중학교 과학 실습시간에나 저질렀을 법한 어처구니없는 잘못이 다양하게 적발돼 있었다.

“전체 몇 개의 위탁 검사기관 중에서 이들이 적발된 건가요?”

책임감 없는 일부 민간연구소의 규정 위반 사례를 찾아낸 것이라 생각한 기자의 질문에 당황스러운 답변이 이어졌다.

“식약청의 수입식품 위생 검사를 대행하는 기관은 8곳이 전부입니다.”

결국 국내에 수입되는 식품의 1차 위생 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모든 기관에서 기본적인 실험실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식약청의 대응은 의외로 무덤덤했다. ‘적발된 내용은 검사 기관의 관리소홀 또는 담당자의 업무 미숙에 의한 것으로 국민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줬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배포된 자료에 덧붙여진 설명이다.

식약청은 발암성 물질이 들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지난달 초 ‘긴급 수거’했던 중국산 등 수입 맥주에 대해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는 내용의 검사 결과를 이날 함께 발표했다.

며칠 전에는 중국산 장어에서 ‘말라카이트 그린’이라는 발암성 색소가 검출된 사실을 자체 검사로 발표하기도 했다.

‘어떤 식품에 문제가 있다, 또는 없다’라는 정부 발표가 국민의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검사 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가뜩이나 말썽 많은 수입 식품의 1차 관문에서 기초적인 수준의 잘못이 빈번히 저질러지고 있다면 누가 그 발표를 믿을 수 있겠는가.

스스로의 신뢰도에 커다란 흠집이 될 만한 사안을 별일 아닌 듯 어물쩍 넘기려는 식약청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그런 정도의 문제의식이라면 식약청에 먹을거리 안전을 위탁한 국민의 건강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적발된 기관들에 대해 3일∼3개월간 업무정지 조치를 내린다고 해서 무엇이 얼마나 달라질지 의문이다.

손택균 교육생활부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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