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자릿수 잔치’ 개미들만 ‘물’ 먹었다

  • 입력 2005년 8월 1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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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가가 엄청 올랐다는데 왜 주변에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이 없지?”

흔히 갖는 이런 의문에 대한 대답이 될 만한 통계가 나왔다.

증권선물거래소는 9일 ‘투자자별 매매평가손익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5일까지 외국인투자가는 4778억 원, 기관투자가는 6091억 원의 매매평가이익을 각각 얻었다. 반면 개인은 1조634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매매평가손익이란 주식을 사고팔 당시 주가와 8월 5일 종가를 비교해 만약 사고팔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면 얼마나 많은 이익 또는 손실이 생겼는지 알아보는 수치. 만약 8월 5일 종가보다 비싸게 팔았거나 싸게 샀다면 매매평가이익이 발생한다.

개인투자자는 올해 주식을 사거나 파는 과정에서 이미 1조6000억 원 이상 손실을 봤다는 뜻이다.

올해 893.71로 시작한 종합주가지수는 8월 5일 1089.35로 21.9% 올랐다.

○ 주로 낮은 가격에 파는 ‘개미’들

올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성적이 좋지 않은 이유는 주로 ‘파는 타이밍’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주가가 한창 오르는 국면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순매수(주식을 산 금액이 판 금액보다 많은 것)했지만 개인은 거꾸로 순매도가 많았다.

이에 따라 거래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1조3712억 원의 매도평가손실을 본 반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손실은 각각 4795억 원, 2139억 원에 그쳤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04억 원, 732억 원의 매도평가이익을 올렸지만 개인은 1703억 원 손실을 봤다.

한편 ‘사는 타이밍’도 개인은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좋지 않았다.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8794억 원, 6914억 원의 매수평가이익을 거뒀지만 개인은 100억 원의 이익을 얻는 데 그쳤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75억 원, 584억 원의 매수평가이익을 내는 동안 개인은 1025억 원의 손실을 봤다.

○ 하이닉스반도체에서 드러난 개인과 기관 실력차

종목별로 보면 외국인은 거래소시장에서 삼성중공업으로 600억 원, 국민은행으로 533억 원의 평가이익을 올렸다. 반면 현대자동차로 2193억 원, 신세계로 419억 원의 평가손실을 보았다.

기관은 하이닉스반도체로 902억 원, 한국전력으로 467억 원의 평가이익을 올렸다. 하나은행과 두산중공업으로는 각각 314억 원, 298억 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개인이 가장 큰 평가이익을 거둔 종목은 LG필립스LCD로 181억 원이었다. 가장 큰 손실을 본 종목은 거래소시장에서 하이닉스반도체(-1536억 원), 코스닥 시장에서는 NHN(-478억 원)이었다.

그런데 하이닉스반도체는 기관에 가장 많은 평가이익을 올려 준 종목이고, NHN은 외국인에게 가장 많은 평가이익을 가져다준 코스닥 종목이어서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증권선물거래소 신광선 과장은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많이 오른 시점에서 사고, 바닥 가까이에서 팔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주가지수가 많이 올랐는데도 평가손실을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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