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부는 건설 韓流]<下>인허가 등 법체계 모호

  • 입력 2005년 8월 10일 03시 07분


코멘트
베트남에서 단순히 아파트만 지어서는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베트남 현지업체들의 기술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데다 대만 싱가포르 업체들도 진출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베트남 호찌민 시 푸미흥 신도시에 건설된 고급아파트 ‘스카이 가든’. 대만 건설회사가 지었다. 사진 제공 GS건설
베트남에서 단순히 아파트만 지어서는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베트남 현지업체들의 기술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데다 대만 싱가포르 업체들도 진출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베트남 호찌민 시 푸미흥 신도시에 건설된 고급아파트 ‘스카이 가든’. 대만 건설회사가 지었다. 사진 제공 GS건설
“준비 없이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업체들이 너무 많다.”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 박민우(朴敏雨) 건교관은 “침체한 국내 건설시장의 대체지로 베트남 건설시장은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한국 건설업체들의 베트남 진출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시장의 특성이나 계약 관행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한국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벌이려는 업체들이 많다는 것.

실제로 국내업체들이 추진하던 개발사업 가운데 적잖은 수가 계획이 변경되거나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

○ 베트남 시장을 충분히 연구해야

대표적인 사례가 대한주택공사가 2003년 6월부터 추진했던 호찌민 주택건설 프로젝트.

이 사업은 주공이 2010년까지 1조2000억 원을 투입해 호찌민 시와 주변지역에 6만 가구의 서민용 주택을 건설하는 것으로 호찌민 시의 요청으로 추진됐다.

호찌민 시는 20% 수익 보장, 손실 발생 시 보전 등의 조건을 붙이며 적극적으로 ‘구애’했고, 주공도 지난해 6월 호찌민에 현지사무소를 설립할 정도로 강한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현지 시장을 조사한 뒤 주공은 “호찌민 시가 제시한 조건만으로는 사업자금 회수가 쉽지 않다”고 판단해 베트남 중앙정부의 지급 보증을 요구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가 이를 거절했고, 호찌민 시도 “주공에 특혜를 주면서까지 주택을 지을 필요가 없다”며 당초 제시한 약속을 철회했다.

주공은 지난달 22일 사업 포기를 선언하고 사무소를 철수하고 있다.

2∼5일 하노이 시를 방문해 현지 시장을 둘러본 권홍사(權弘司) 대한건설협회장은 “복잡한 인허가 절차나 명확하지 못한 법체계, 이면계약 요구 등으로 국내업체들이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전정보와 지식을 충분히 습득하고 투자 리스크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치솟는 땅값, 떨어지는 수익성

베트남 건설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땅값이 치솟는 것도 걸림돌이다.

GS건설이 사업비 전액을 투자하는 호찌민 시 주변의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올해 초만 해도 사업비가 1억5000만 달러로 추정됐으나 최근 2억5000만 달러로 올라갔다. 토지보상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역시 하노이 시 동쪽에 위치한 지알람지구 사이동 지역에 공단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토지보상비 급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우는 공단 대신 주거상업시설이 들어서는 뉴타운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베트남 정부에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 차별화된 시장을 찾아라

국내 중견 건설업체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주택사업도 아파트 몇 동 짓는 수준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대우 뚤리엠신도시사업단 이성구(李聖九) 단장은 “대만과 싱가포르 자본을 유치해 현지 업체들이 짓는 고급 아파트는 수준이 상당히 높다”며 “국내업체는 대규모 복합건물이나 신도시와 같은 차별적인 사업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KOTRA는 최근 내놓은 베트남 관련 투자보고서에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참여하거나 대규모 자본 투입 또는 고급 기술을 제공하는 사업에 투자하라”고 충고했다.

베트남 사정으로 계획이 변경된 주요 사업
구분사업당초 계획변경 내용
대한
주택공사
호찌민 시
임대주택
2003년 8월 호찌민 시의 요청으로 6만 가구 규모의 서민용 주택건설사업 추진 주공이 베트남 정부에 지급보증을 요청했으나 베트남 정부가 거부함에 따라 사업 중단됨
금호건설아시아나
플라자
호찌민 시내 4123평 터에 아파트+호텔 및 오피스+백화점 등 4개동의 복합건물 건설호찌민 현지업체와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다가 100% 단독 출자로 전환-베트남업체가 제공키로 한 토지(3800만 달러)를 인수
GS건설공항
고속도로
호찌민 시 외곽순환도로∼떤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