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가는 은퇴자들]유럽,지중해로 간다

  • 입력 2005년 8월 9일 0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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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북부 유럽은 여름 몇 달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해를 보기 어렵다.

그런 유럽 사람들에게 1년 내내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스페인 남부의 ‘코스타 델 솔(태양의 해변)’은 꿈에 그리는 고장이다. 은퇴 후 이곳에 거처를 마련하는 게 많은 유럽 사람의 희망이다.

독일 베를린에 사는 슈베르트 씨 부부는 몇 년 전 꿈을 이뤘다. 코스타 델 솔 앞바다의 이비사 섬에 방 4칸짜리 빌라를 구입한 것. 작은 수영장도 딸려 있다. 40만 달러(약 4억 원)라는 큰돈이 들었지만 베를린의 집값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

아직 완전히 옮기지는 않았다. 한 달에 2주가량 머물다 오곤 한다. 6∼8월에는 휴양객에게 단기로 집을 빌려준다. 주당 임대료는 400달러(약 40만 원) 선.

임대 수익으로 두 집을 오가는 비행기 요금과 집 관리비를 충당한다. 연금만으로 두 집 살림을 하기엔 벅차기 때문이다. 슈베르트 씨는 “1년치 비용을 너끈히 번다”고 말했다.

독일에는 슈베르트 씨처럼 두 집 살림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를 위한 금융권의 투자 상품도 많이 개발돼 중산층이 모여 사는 주택가에는 광고 전단이 쏟아진다.

주요 대상지는 날씨가 좋고 물가가 상대적으로 싼 스페인과 포르투갈. 스페인의 한 교민은 “지중해 쪽 도시가 특히 인기가 높아 중부, 북부 유럽 사람들이 모여 사는 타운이 조성된 곳도 있다”고 전했다.

1년 내내 안개와 흐린 날씨에 갇혀 사는 영국 사람들은 노르망디와 브르타뉴 지방을 비롯한 프랑스의 서부 해안을 선호한다. 배로 오가기에 좋고 영국에 비해 집값이 싸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영국인의 부동산 구입이 러시를 이루자 브르타뉴의 한 지역 신문은 “영국인이 다시 쳐들어온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100년 전쟁 이전까지 이곳은 영국령이었다.

유럽 사람들이 이처럼 은퇴 후 여건만 되면 손쉽게 해외 이주를 선택하는 것은 가족에 대한 가치관이 동양과는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족이 모여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굳이 하지 않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다는 얘기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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