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최대주주의 ‘두 얼굴’

  • 입력 2005년 8월 9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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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등록기업 최대 주주들이 주식을 파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최대 주주가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다른 주주들에게는 실망스러운 행동이다.

문제는 다른 주주들이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시점에 주식을 파는 최대 주주가 적지 않다는 점.

불과 몇 달 전 시설자금이 필요하다며 증자를 했던 회사, 시설 투자를 하겠다며 전환사채를 발행했던 회사의 최대 주주가 주가가 급등하자 주식을 대량 매각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주주들에게서 돈을 끌어 모으면서 정작 책임 있는 최대 주주는 주식을 팔아 돈을 챙기는 이중적인 행태가 투자자의 피해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 비난받는 주식 매각

최근 대북 송전 수혜주로 거론되며 주가가 급등한 이화전기의 최대 주주 진흥기업은 지난달 22∼24일 주당 1000∼1100원에 보유 주식 582만6351주(13.9%)를 팔아 치웠다. 이 매각으로 진흥기업은 약 60억 원을 챙겼다.

이화전기는 대북 송전 테마주에 포함되면서 연초 400원대였던 주가가 최근 1200원대까지 급등했다.

이 회사는 불과 4개월 전에 시설자금이 필요하다며 주당 500원에 1400만 주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적이 있다.

자금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주주들에게서 70억 원을 끌어 모았던 회사의 최대 주주가 주가가 급등하자 전체 증자 금액과 맞먹는 규모의 주식을 팔아 치운 것.

이 소식이 전해진 8일 이화전기 주가는 하한가인 885원으로 주저앉았다.

지난달 20일에는 벤처창업투자회사인 넥서스투자의 최대 주주 지지엘물류유통이 투자 지분 11.36%(500만 주)를 전량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코스닥 등록기업인 이 회사는 3월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

지지엘물류유통은 4월 넥서스투자에 출자했다. 넥서스투자는 이후 새로운 사업에 진출한다며 유상증자 등을 통해 주주들에게서 자금을 끌어 모았다.

4월 한때 290원까지 추락했던 주가는 유상증자 소식 등에 힘입어 1500원대로 급등했다. 그러나 정작 최대 주주는 주가가 오르자 주식을 전량 매각해 돈을 챙겼다.

주식을 팔아 치운 최대 주주는 유상증자에도 참여하지 않아 실제 회사가 자금을 늘리는 데 전혀 이바지하지 않았다.

5일 최대 주주 최모 씨가 20만 주를 장내 매각한 크린앤사이언스도 4월 1일과 6월 10일 시설자금을 확보하겠다며 총 100억 원 규모의 회사채와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 멀어지는 코스닥 신뢰 회복

한때 550 선에 육박하던 코스닥지수는 최근 열흘 사이 40포인트가량 급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했지만 최대 주주의 이해할 수 없는 주식 매각에 따른 신뢰 추락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주주들에게서 자금을 끌어 모으면서 최대 주주가 주식을 팔아 돈을 챙기는 행위는 사실상 주주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개별기업의 신뢰가 추락할수록 코스닥시장 전체가 흔들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이 문제다.

동부증권 장영수(張寧洙) 연구원은 “과거에도 몇몇 기업의 행태 때문에 코스닥시장 전체의 신뢰가 추락해 지수가 급락한 예가 있다”며 “기업들이 최소한의 도덕적인 자세를 갖추려고 노력해야 시장 전체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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