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외교, 고교시절 美홈스테이 인연 패터슨 할머니 초청

  • 입력 2005년 8월 8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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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전의 인연 때문에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개인 손님’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리바 패터슨 할머니. 김미옥  기자
43년 전의 인연 때문에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개인 손님’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리바 패터슨 할머니. 김미옥 기자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처음 한국을 찾은 미국의 리바 패터슨(88) 할머니는 딸의 부축을 받으며 출입문을 나서다 마중 나온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 부부를 보자 눈물부터 흘렸다.

1962년 7월, “아임 프롬 코리아(한국에서 왔어요)”라며 수줍게 웃던 ‘기문 학생’(당시 충주고 2학년)을 43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만난 감회 때문이었다.

당시 전국영어경시대회에서 우승한 반 장관은 미 적십자사의 외국인 학생 초청 프로그램인 ‘VISTA(Visit of International Students To America)’에 따라 미 전역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패터슨 할머니는 그때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자신의 집에 잠시 반 장관을 머물게 한 주부였다.

7일 서울 중구 소피텔앰배서더호텔 숙소에서 기자와 만난 패터슨 할머니는 당시를 회상하며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기문 학생은 우리 아들과도 친하게 지냈어요.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하더군요. 어린 나이에 뚜렷한 꿈과 목표의식을 갖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꿈을 이룬 걸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가족처럼 지냈던 반 장관이 이번에 만나니 나를 ‘2번째 어머니(second mother)’라고 부르더군요.”

불과 나흘 남짓의 짧은 홈스테이였지만 반 장관은 “네 집처럼 생각하며 지내라, 그리고 돌아가서 외교관의 꿈을 이루기 바란다”며 격려해 주던 패터슨 할머니를 잊을 수 없었다.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안부카드를 보내곤 했던 반 장관은 최근 건강이 쇠약해진 할머니의 근황을 듣고 ‘개인 손님’으로 그를 한국에 초대했다.

일주일 예정으로 한국에 온 패터슨 할머니는 외교부 장관 공관과 통일전망대, 경복궁 등을 둘러봤다. 8일에는 외교부 청사를 방문한다. 까까머리 학생에서 한국의 장관으로 변모한 ‘기문 학생’의 직장을 구경하기 위해….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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