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7월, “아임 프롬 코리아(한국에서 왔어요)”라며 수줍게 웃던 ‘기문 학생’(당시 충주고 2학년)을 43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만난 감회 때문이었다.
당시 전국영어경시대회에서 우승한 반 장관은 미 적십자사의 외국인 학생 초청 프로그램인 ‘VISTA(Visit of International Students To America)’에 따라 미 전역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패터슨 할머니는 그때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자신의 집에 잠시 반 장관을 머물게 한 주부였다.
7일 서울 중구 소피텔앰배서더호텔 숙소에서 기자와 만난 패터슨 할머니는 당시를 회상하며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기문 학생은 우리 아들과도 친하게 지냈어요.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하더군요. 어린 나이에 뚜렷한 꿈과 목표의식을 갖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꿈을 이룬 걸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가족처럼 지냈던 반 장관이 이번에 만나니 나를 ‘2번째 어머니(second mother)’라고 부르더군요.”
불과 나흘 남짓의 짧은 홈스테이였지만 반 장관은 “네 집처럼 생각하며 지내라, 그리고 돌아가서 외교관의 꿈을 이루기 바란다”며 격려해 주던 패터슨 할머니를 잊을 수 없었다.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안부카드를 보내곤 했던 반 장관은 최근 건강이 쇠약해진 할머니의 근황을 듣고 ‘개인 손님’으로 그를 한국에 초대했다.
일주일 예정으로 한국에 온 패터슨 할머니는 외교부 장관 공관과 통일전망대, 경복궁 등을 둘러봤다. 8일에는 외교부 청사를 방문한다. 까까머리 학생에서 한국의 장관으로 변모한 ‘기문 학생’의 직장을 구경하기 위해….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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