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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관계자 “S보고 청와대까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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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관계자 “S보고 청와대까지 올라갔다”

입력 2005-08-08 03:07수정 2009-10-0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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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국(局) 단위 조직 중 가장 많은 인원이 투입돼 사회 전 분야를 24시간 끊임없이 도·감청해 왔다.”

지금까지 소문만 무성했던 국정원의 도·감청 담당 조직인 ‘과학보안국’이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노예 같은 대접”=전 국정원 과학보안국장인 A 씨는 “과학보안국 직원들의 하루는 노예와 다름없는 비참한 생활이었다”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과학보안국 직원들은 도·감청을 담당했기 때문에 국정원 내부에서 일명 ‘귀떼기’로 불렸다.

24시간 내내 3교대로 일해 기피부서에 속했으며 소속 직원 대부분은 평생 같은 부서에서만 근무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A 씨는 “비밀스러운 업무 탓에 국정원 안팎에서 자신의 신분을 떳떳하게 공개하지 못했다”면서 “감청 장비를 폐기할 때 과학보안국 직원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해 상당히 반발했다”고 말했다.

▽불법감청(도청) 대상과 방법=과학보안국의 도청 대상에는 정치 경제 사회 등 전 분야 주요 인사가 포함됐다.

정권 실세의 정적(政敵)은 가장 중요한 대상으로 현미경을 대듯 자세히 관찰했다.

과거에는 감청 장비를 외국에서 수입하거나 국내의 벤처회사 제품을 사용했으나 이동하면서 휴대전화를 도청하는 장비 등은 국정원 내 연구기술개발단이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국정원이 5일 기자회견에서 공식 인정한 이 이동장비의 명칭은 ‘카스(CASS)’라고 A 씨는 소개했다.

합법적인 감청은 대공수사국이 감청 영장을 발부받고 과학보안국이 실시하는 형식이었지만 도청은 통신사의 협조 없이 과학보안국이 직접 해결했다.

A 씨는 과학보안국의 규모에 대해서는 함구했지만 한나라당은 2002년 12월 “직원은 300명이 넘고, 국내요인 도청담당과는 41명으로 구성됐다”고 폭로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 관계자는 “감청 장비를 사용하면 도청 시점과 대상이 모두 컴퓨터의 하드웨어에 남기 때문에 과학보안국이 임의로 특정인을 골라 도청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최소한 국내담당 차장의 지시나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했다”고 말했다.

▽누가 보고 받았나=도청 내용은 국내담당 2차장과 대공정책실장에게 온라인으로 수시로 보고됐다.

분량은 A4용지 10쪽 안팎의 분량으로 차장과 실장이 직접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지는 않고, 보좌관이 이를 필사한 뒤 문건으로 만들어 올리는 방식이었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이를 ‘특별한(special)’ 보고를 뜻하는 ‘S 보고’로 부른다는 것. 다른 실장과 국장에게도 가끔 첩보형태로 보고됐다.

A 씨는 “온라인 내용을 그대로 다 올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 올리기 때문에 나중에 새나가더라도 도청에 의한 자료인지는 판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국정원 관계자는 “차장에게 보고된 정보가 국정원장이나 청와대로까지 보고됐다”면서 “도청 내용을 상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을 때는 대공정책실에 ‘이런 첩보가 있으니 보완해 오라’는 지시가 내려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국정원 도청장비 폐기는 증거인멸죄 해당▼

국가정보원이 이미 감청 장비를 해체해 소각했다면 이는 증거인멸에 해당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은 5일 기자회견에서 2002년 3월 불법 감청(도청)을 전면 중단하면서 관련 장비를 모두 폐기했고 과거의 도·감청 자료도 작성된 지 1개월 내에 소각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과거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여야 대선 후보 누가 어떤 도청을 당했는지 파악할 수가 없다”면서 “검찰의 압수수색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범죄의 실체에 대해 자백하면서도 관련 자료는 도청 업무의 속성 때문에 자체적으로 모두 폐기했다는 주장이다.

이는 불법 행위를 저질러놓고 증거는 없앤 것이어서 국정원의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검찰 수사가 이뤄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증거인멸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지만 “일단 범죄의 사실관계가 확정돼야 판단이 가능하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누가 언제 누구를 대상으로 도청을 했는지가 특정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대한 증거인멸 혐의로 사법처리가 가능하다”면서도 “(장비 폐기와 관련된) 내용을 국정원에서 찾아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형법 155조 증거인멸죄: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변조 또는 위·변조한 증거를 사용하거나, 타인의 형사·징계사건에 관한 증인을 은닉·도피하게 하는 행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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