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유럽 투어를 했던 그는 평소 위염으로 고생했다고 아내인 카리다드 디아스 씨가 말했다.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난 더 이상 구두닦이를 하지 않아도 돼”라며 인상적인 눈빛을 보였던 페레르. 10대 중반부터 낮에는 구두를 닦고 밤에는 클럽에서 노래를 했던 그는 1950년대 전성기를 누렸지만 쿠바 혁명 후에는 잊혀진 인물이었다. 몇 십 년간 아바나의 허름한 뒷골목에서 ‘슈샤인보이’로 살아오던 그는 1997년 미국인 기타리스트 라이 쿠더와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 뒤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했다.
감성과 애수가 깃든 매력적인 목소리 때문에 쿠바의 ‘냇 킹 콜’이라고 불렸던 그를 두고 쿠더는 “일생에 단 한 번 볼 수 있는 가수”라고 극찬했다. 1999년 그래미상을 수상한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앨범은 거장 빔 벤더스 감독에 의해 동명(同名)의 영화로 제작됐다.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에 참여했던 피아니스트 루벤 곤살레스와 기타리스트 콤파이 세군도는 2003년 세상을 떠났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