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오일쇼크… 원유 배럴당 100달러 돌파 시사

  • 입력 2005년 8월 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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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눈물’로 불리는 석유가 진짜 악마로 둔갑할지 모른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년 안에 유가가 배럴당 160달러까지 치솟는 석유파동이 올 수 있고, 이런 위기가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석유대란, 끝이 안 보인다=미국 비영리단체인 ‘국가에너지정책위원회(NCEP)’와 ‘미국미래에너지확보(SAFE)’는 지난달 23일 공동으로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가상 석유파동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로버트 게이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할을 맡아 주요 산유국인 나이지리아 인종 분규나 미국 및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에 대한 테러 공격, 그에 따른 유가 급등 대처 전략을 세웠다.

파이낸셜타임스는 5일 이 가상 실험의 결과를 상세히 보도하면서 “결론은 미국도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게이츠 전 국장도 “미국이 석유파동 가능성에 대비한 에너지 전략을 세워놓지 않으면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상 실험 결과 유가가 120달러까지 뛰면 현재 미국의 경제 회복세가 꺾이면서 최대 200만 명의 실직자가 발생한다. 전략비축유를 사용할 수 있지만 원유시장의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켜 가격 급등만 부추기게 된다.

원유시설은 워낙 규모가 커서 테러 공격에 대비하기도 어렵다.

막연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세계적 투자은행이자 원유시장의 큰손인 골드만삭스는 3월 “원유시장이 극단적 상승기에 접어든 만큼 몇 년 안에 유가가 배럴당 105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차 세계대전 직전과 유사하다”=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 “세계화시대를 지탱해 온 ‘싼 석유’가 고갈돼 가면서 에너지 주도권 싸움이 고조되던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의 분위기가 재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중국 같은 강대국들이 석유 확보를 위해 혈안이 된 요즘이 유럽 열강 간 석유 쟁탈전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1차 세계화시대(1870∼1914년)’의 말기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

월스트리트저널도 이날 “문제는 한꺼번에 터질 수 있고 그것이 세계가 우려하는 3차 세계대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석유 생산국과 소비국 순위 (2004년도)
순위생산국소비국
1사우디아라비아미국
2러시아중국
3미국일본
4이란독일
5멕시코러시아
6중국인도
7베네수엘라한국
8노르웨이캐나다
9캐나다프랑스
10나이지리아멕시코
자료: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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