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공포 회오리]정부 관련법령 개정 나서

  • 입력 2005년 8월 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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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시행령을 개정해 휴대전화를 합법적으로 감청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가정보원은 5일 불법 감청(도청)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휴대전화에 대한 합법 감청을 위해 이동통신 회사의 교환국 교환기에 감청장비를 설치하는 방안이 통비법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테러 방지 등 국정원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휴대전화 감청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휴대전화 감청은 실제 어렵기 때문에 감청장비를 설치하는 게 실효성이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휴대전화 감청 합법화 추진=정부가 지난달 23일 입법예고한 통비법 시행령 개정안은 “전기통신 사업자는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요청 등에 필요한 설비, 기술, 기능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동통신 회사들은 휴대전화 감청시설을 갖춰야 한다.

국정원은 이동통신 회사의 교환국 교환기에 감청장비를 설치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교환기는 발신자가 누른 전화번호를 수신자의 전화번호로 전환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김승규(金昇圭) 국정원장은 5일 “만약 국정원이 직접 감청을 하려면 전국의 기지국 2만3000곳에 일일이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며 “통신사업자들이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LG텔레콤의 경우 서울지역 교환국은 단 2곳뿐이다.

▽이동통신 업계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정부가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감청 합법화를 추진해서는 곤란하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법원에서 감청영장을 받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긴 하지만 수사기관이 상시적으로 휴대전화를 감청할 수 있는 상황은 휴대전화 가입자의 불안을 초래해 이동통신 사업에 차질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YMCA 김희경 간사는 “수사기관의 편의를 위해 국민의 통신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동통신 회사들은 또 감청장비를 설치해야 할 경우 들어가는 비용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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