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붐 그리고 포스트붐’… 중남미 문학의 보석들

  • 입력 2005년 8월 6일 03시 05분


코멘트
◇붐 그리고 포스트붐/이사벨 아옌데 등 지음·송병선 옮김/456쪽·9800원·예문

20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 세계 문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남미 작가 16명의 대표 단편들을 모았다.

중남미 문학은 1960년대부터 유럽 문학의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현실을 모방하는 리얼리즘의 언어를 극복하고 환상과 마술의 리얼리즘을 극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로 불린다. 그를 필두로 한 일군의 작가들이 1960년대에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중남미 문학을 가리켜 ‘붐(boom) 문학’이라고 한다. 이 작품집에는 멕시코의 후안 룰포, 파나마의 카를로스 푸엔테스, 페루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등 8명의 ‘붐 세대 작가’들의 작품이 실려 있다.

이 가운데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꿈을 빌려드립니다’는 차를 몰고 가다 해일에 휩쓸려 숨진 한 여인의 손가락에 끼워진 뱀 모양의 사파이어 반지에서 출발해 현생(現生)의 삶은 꿈과 같은 것임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해몽을 잘 하는 그 여인이 시인 네루다의 꿈을 꾸는 동안 네루다 역시 그 여인의 꿈을 꾼다. “그거야말로 보르헤스가 쓸 만한 소설 거리인데” 하고 이 소설 속에서 읊조리는 ‘나’는 다름 아닌 가르시아 마르케스인 것 같다. 그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모태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선배로서 예우하고 있는 것만 같다.

포스트붐 문학은 윗세대의 실험적인 마술적 리얼리즘에 반기를 들고 좀 더 대중화된 리얼리즘을 내놓은 후배 세대 중남미 작가들이 1970년대부터 보인 흐름이다.

이 작품집에선 8명의 포스트붐 작가를 내놓고 있는데, 카섹스를 뜻하는 ‘바퀴 위의 사랑’이라는 제목의 단편을 쓴 칠레 작가 알베르토 푸켓(41)이 가장 젊다. 그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대표작 ‘백년 동안의 고독’에 나오는 ‘마콘도(Macondo)’ 마을을 비꼬아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서 있는 세계는 매콘도(McOndo)다. 맥도널드 매킨토시 그리고 콘도로 이뤄진 세상이다.” 붐 세대 작가들이 서구 열강의 식민주의에 대항하는 문학을 했다면, 포스트붐 세대 작가들은 세계화된 시대를 대중문화의 감수성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