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관광-의료등 서비스수지 상반기 61억달러 적자

  • 입력 2005년 8월 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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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지역에서 부동산컨설팅을 하는 박모(42) 씨는 올 2월 건강검진을 받다가 명치 부분에서 종양이 발견됐다.

곧장 A종합병원을 찾아 컴퓨터단층촬영(CT)을 받았다. 그러나 담당 의사는 “암(癌)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니 6개월 뒤 다시 검사해 보자”고 제안했다.

불안감에 시달리던 그는 흉부 전문의로 유명한 B병원 의사를 찾았다. 의사는 “이런 부위에 종양이 생긴 사례는 처음 봤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국내 수술을 포기한 그는 수소문 끝에 해외 의료서비스 알선업체를 찾았고 한 달 뒤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에 있는 MD앤더슨 암 센터에서 치료를 받았다. 종양은 단순한 혹으로 밝혀졌고 제거 수술은 간단히 이뤄졌다.

한국에서 의료 교육 관광 등 ‘고급 서비스산업’의 낮은 경쟁력에 실망해 해외에서 ‘대안(代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고소득층은 물론 중산층으로도 이 같은 경향이 확산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1∼6월) 한국의 서비스 국제 수지 적자가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61억3000만 달러(약 6조1300억 원)에 이른 것도 이런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고급 소비의 해외 탈출’은 국내 소비 침체와 고용 위축 등 국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의료 및 교육서비스업의 글로벌 산업화 전략’ 보고서에서 지난해 해외 유학 및 연수 지급액 2조8000억 원과 의료 관련 해외 지출 1조 원(추산)을 한국에서 지출했다면 각각 9만5000명과 2만5000명 등 모두 12만 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고급 서비스산업 육성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한국의 ‘지나친 평등주의’ 추구가 고급 소비를 막아 전체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兪炳圭) 경제본부장은 “고급 소비의 해외 탈출로 국내 소비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면서 “가진 사람이 돈을 쓸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분위기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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