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훈장 추서 김산 유일한 혈육 고영광씨

  • 입력 2005년 8월 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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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독립과 중국 혁명에 일생을 바친 아버지의 명예가 이제야 회복된 것 같습니다.”

미국 여류작가 님 웨일스의 소설 ‘아리랑’의 실제 주인공 김산( 金山· 본 명 장 지락 · 張志樂·1905∼1938)의 유일한 혈육인 고영광(高永光·69·사진·중국 베이징 거주) 씨. 그는 4일 부친이 8·15 광복절에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 받아 독립운동가로 재평가된다는 소식에 감격해 했다.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난 김산은 1922년 중국 공산당에 입당해 5년 뒤 광저우(廣州)에서 공산봉기에 참가했으며 1930년까지 조선혁명청년동맹 기관지 ‘혁명동맹’을 간행했다. 1937년 ‘중국의 붉은 별’로 유명한 에드가 스노의 부인 님 웨일스를 만나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을 구술했고, 이는 1941년 소설 아리랑으로 발표돼 한국의 뼈아픈 현대사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김산은 1938년 중국인 부인 자오야핑(趙亞平·1989년 사망)과의 사이에 아들 하나를 뒀으며 그해 공산당 간부였던 캉성(康生)에 의해 일본 첩자로 몰려 처형당했다.

님 웨일스의 소설 ‘아리랑’의 주인공으로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받은 김산 선생. 김 선생이 훈장을 받게 된 것은 유일한 혈육인 아들 고영광 씨의 노력 덕분이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고 씨는 “너무 어렸을 때 부친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전혀 기억이 없다”며 “지금의 성(姓)은 어머니가 나에게 불리한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해 고씨 성의 중국인에게 재가하면서 성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김산이 생부이며 중국 공산당에서 반동으로 몰려 억울하게 숨졌다는 사실을 안 것은 대학에 입학한 1957년. 고 씨는 이때부터 부친에 대한 자료를 모았고 1979년 당시 당 조직부에 두 차례나 부친의 복권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 1983년 결국 뜻을 이뤘다.

고 씨는 권병현(權丙鉉) 전 주중 대사의 권유로 2년 전 한국 정부에 부친에 대한 보훈 신청을 냈고 마침내 항일 독립투쟁의 공적을 인정받았다.

그는 “그동안 부친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6·25전쟁으로 남북이 대립했기 때문이었다”며 “이제 부친의 한이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대외무역경제합작부 과기국 부국장으로 재직하다 은퇴한 고 씨는 중국인 부인 왕위룽(王玉榮·62) 씨와의 사이에 중국과학연구소 연구원인 큰아들(34)과 은행원인 작은아들(32)을 두고 있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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