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33일간 휴가…8월내내 크로퍼드 목장서 골프 낚시

  • 입력 2005년 8월 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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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여름휴가가 ‘33일’이라는 긴 일정 때문에 논란에 휩싸였다.

그의 휴가지는 고향인 텍사스 주의 크로퍼드 목장. 2일 목장에 도착했고, 9월 3일에나 백악관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프랑스식 표현법을 빌리자면 부시 대통령은 8월 한 달을 내내 쉰다는 뜻에서 ‘8월족(族)’으로 불릴 법하다.

비판론자들은 “미국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냐”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CBS방송의 마크 놀러 기자는 “대통령이 2001년 취임 이후 크로퍼드 목장을 찾은 것만 49번째로, 휴가 첫날인 2일은 그가 크로퍼드에 머문 통산 319일째”라고 말했다. 4년 반 남짓한 그의 재임기간의 20%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워싱턴포스트는 3일 “메인 주의 가족휴양지, 메릴랜드 주의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쉰 것까지 포함하면 ‘모름지기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도자’인 미국 대통령의 휴식기간은 훨씬 늘어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의 길고 긴 휴가는 미국에서만 10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의 도입 부분에서 신랄하게 풍자된 바 있다.

백악관 참모들은 “대통령도 휴식이 필요하다. 5주간 크고 작은 업무가 계획돼 있다”고 해명한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은 휴가 첫날인 2일 텍사스 지방언론사와 합동 인터뷰를 가졌고, 3일에는 법조인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다. 4일에는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과 목장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스콧 매클렐런 대변인은 지난주 “대통령은 매일 국가안보 관련 보고를 받게 되며, 7개 주를 방문해 각종 정책연설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업무방식은 오래전부터 도마에 올라 있다.

그는 휴가가 아닌 때에도 하루 평균 2시간씩 체육관에서 운동하거나 산악자전거를 타며 ‘근무 중 운동’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시 대통령 스스로 취임 당시 “왜 대통령은 사생활을 즐길 권리가 없나”라고 반문한 적이 있다.

과거에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잦은 휴가로 야당의 공격을 받았다. 그는 고향인 캘리포니아 주 샌타바버라의 목장에서 8년 재임기간 동안 335일을 머물렀다. 그 역시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 ‘오후 4시 칼퇴근’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기록은 곧 부시 대통령에 의해 경신되게 된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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