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일한 美회사 임원들, 쉴때도 ‘확실히…’

  • 입력 2005년 8월 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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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홍보대행사인 힐앤드놀턴 임원이었던 메리 트루델(여) 씨는 지난 25년 동안 매주 80시간 이상 일하던 일벌레였다.

그는 지난해 4월 스스로 직장을 그만뒀다. 그 후 지금까지 그는 일 대신 여행과 발레공연 관람 등 그동안 꿈꿔 왔던 일들을 하고 있다.

이처럼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길게는 몇 년씩 장기 휴식을 갖는 기업 임원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일 보도했다.

임원들이 과감하게 장기휴식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고용시장의 형태가 크게 바뀌어 능력만 있으면 다음 직장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기 때문. 실제로 6년 전 펩시에 근무하다가 그만뒀던 브렌다 반스 씨는 지난해 직원이 14만 명이 넘는 소비재회사 ‘사라리’의 최고경영자로 스카우트됐다.

과거에는 중간에 일하지 않은 기간이 마이너스였지만, 지금은 그렇지만도 않은 변화된 현실 역시 이들이 장기간의 재충전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일부는 재충전 과정에서 ‘새로운 일’을 발견하기도 한다. 트루델 씨는 이제 문화 및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뉴욕의 월러스 재단에서 일한다. 소득은 전 직장보다 40%나 적지만 업무만족도는 훨씬 높다.

그러나 장기휴식 선택은 일종의 도박이기도 하다.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다음 직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휴식 후 몇 달이 지나면 과거 정신없이 바빴던 생활이 그리워지면서 정체성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한편 출판, 광고, 컨설팅, 언론 등 창의적인 업무를 하는 직종을 중심으로 직원들에게 안식년 휴가를 주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출판사인 랜덤하우스는 지난해부터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유급 장기휴가를 주기 시작했다. 주간 뉴스위크는 15년 이상 근무자들에게는 안식년 개념의 6개월 휴가를 가도록 하고 있다. 이 기간에는 급여의 절반을 받는다.

이처럼 장기휴가를 보내면 회사로서는 비용 부담이 늘어나지만 재충전 이후 직원들의 업무능률이 오르기 때문에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는 분석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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